김상길 서귀포 의료원장

필자는 직업이 의사지만 장례식장 영업자이기도 하다. 의료원이 장례식장을 운영하기 때문에 1년에 한 번씩 영업자교육도 받는다. 아침에 출근하면 의료원 일 현황을 점검하면서 장례식장 현황도 함께 확인한다. 오늘 아침에도 컴퓨터를 켜보니 스물아홉 젊은 남자가 영안실에 들어와 있었다. 장례식장 직원에게 전화로 물어보니 육지에서 여행 와서 펜션에서 목메 자살했다고 한다. 며칠 전에는 더 젊은 여자가 있었는데 가슴이 아려온다. 물론 생전에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다. 그래도 마음이 아프다. 얼마나 사는 것이 힘들었으면 그 좋은 나이에 세상을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하고 죽을 결심을 했을까. 사랑하는 자식이 죽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어야 하는 부모의 마음은 또 얼마나 찢어지게 아팠을까.


지난 연말부터 우리 영안실에는 40·50대 남자 사망자가 유난히 많이 눈에 띈다. 그중에는 가족이 연락이 안 되거나 가족이 있어도 사체 인수를 포기해서 무연고로 표시되는 사람들도 꽤 있다. 도내 경기가 안 좋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요즈음 자살하는 사람이 부쩍 많아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며칠 전에 발표한 중앙자살예방센터의 2019 자살예방백서를 보면 자살자는 1만2463명으로 전년도보다 4.8% 정도 감소했다고 한다. 2년 전인 2017년 통계다. 그 내용을 좀 더 살펴보면 자살자 가운데는 50대 남자가 가장 많다. 자살 이유는 정신적 어려움과 경제적 어려움이 제일 많다. OECD 회원국 가운데 리투아니아에 이어서 우리나라가 두 번째로 자살률이 높다. 자살하려고 차 안에서 번개탄을 피운 사람들도 고압산소치료를 받으러 오는데 지난 겨울부터 부쩍 많아지더니 요즈음도 꾸준히 오고 있다. 자살하는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우울증을 가지고 있다. 정말 무서운 병이다. 아무리 좋은 말로 위로해도 우울증에 걸린 사람에게는 다 부질없다. 


이런 현상을 가만히 보고만 있어야 하는가. 젊은 사람들이 힘든 이유가 그들의 잘못만은 아닐 것이다. 시대를 잘못 만났기 때문은 아닐까. 우리 사회에 책임이 있다. 기성세대들은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꿈을 꾸고 희망을 가지게 해야 한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은 필자는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젊은 사람도 아플 수는 있다. 
청춘은 원래 힘든 것이니까 젊은 너희들은 군소리 말고 참아야 한다는 편견이 개입할까 봐서 이 말에 동의할 수 없다.


이 나라의 미래인 젊은이들을 위해서 누릴 만큼 누린 기성세대들이 더 많은 양보를 해야 한다. 물론 기성세대들도 많이 힘들다. 갑자기 확 늘어난 평균수명 때문에 퇴직 이후에 제2의 인생을 힘들게 다시 개척해야하고 노후생활비도 걱정이다. 가끔 마주치는 버릇없는 젊은이들을 보면 마음이 바뀌기도 할 것이다. 그래도 양보해야 한다. 적어도 우리는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사람들보다 세상을 더 살아보지 않았는가. 젊은 세대에게 꿈과 희망을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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