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벌어진 '제주4·3사건'으로 숨진 사람은 최대 3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부 보고서인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 공식적으로 수록된 이 사망자는 당시 제주 인구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엄청난 숫자다.

희생자가 이렇게 컸던 이유는 이승만 정부가 1948년 11월 17일 제주도에 계엄령을 선포, 중산간 마을을 중심으로 '초토화 작전'을 전개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이에 따라 노무현 대통령이 2003년 11월 제주도 방문 때와 2006년 제58주년 제주4·3 위령제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제70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서 국가폭력으로 말미암은 고통과 노력에 대해 각각 사과했다.

이처럼 한국 정부는 공권력의 잘못을 인정, 대통령이 세 번이나 사과한 반면 양민 학살에 큰 책임이 있는데도 70여년동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미국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미국 뉴욕의 UN본부에서 미국의 책임문제가 집중 거론됐다.

주유엔대한민국대표부가 지난 20일 '제주4·3의 진실, 책임 그리고 화해'라는 주제로 UN본부 회의실에서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한국현대사 연구의 저명한 학자인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학교 석좌교수와 미 국무부 동아시아실장을 지낸 존 메릴 박사는 종전 후 3년간 한국 군부와 군경을 이끈 미국이 상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극우보수세력 등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4월 3일이 국가추념일로 지정되는 등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걸음이 한 발자국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할 때 평화, 인권, 화해, 공존을 상징하는 제주4·3의 정신은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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