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6·25 한국전쟁 발발 69주년이 되는 날이다. 1950년 시작된 전쟁은 1953년 정전협정이 체결될 때까지 엄청난 사상자를 내고 땅을 초토화시켰다.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인 나라를 구하고자 수많은 이들이 죽음을 불사하고 전장에 나섰다. 이들의 고귀한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는 것이지만 정작 참전용사들 중에는 아직 유해조차 찾지못한 전사자들이 많아 안타깝다.  

팔순을 바라보는 고인옥 할아버지는 매년 6·25기념일이 되면 가슴이 더욱 아프다.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아버지 생각 때문이다. 고 할아버지가 9살 때 입대한 아버지는 언제 어떤 전투에서 돌아가셨는지 모른다. 당시 최대 격전지였던 강원도 금화지구에서 아버지를 만났다는 친척 어른의 말과 아버지의 부대가 전멸했다는 소식으로 추정할 뿐이다. 고 할아버지는 지금 고향 땅 흙 한줌을 대신 모셔놓고 있다. 

고 할아버지의 아버지처럼 6·25전쟁 당시 제주에서 참전한 인원은 4100여명 정도다. 전사자는 2000여명으로 절반이 넘는 1300여명의 유해가 아직까지 수습되지 못했다. 정부가 2000년부터 참전용사 유해 발굴을 시작했지만 제주는 전투지역이 아니다보니 관리가 소홀한 탓도 있다. 이런 가운데 국방부 유해발굴단이 지난 3월 처음으로 제주를 찾았다. 유가족에게 DNA 샘플 채취 방법 등을 설명하는 한편 이날 참전용사들의 증언을 토대로 유해분석지도 제작과 발굴지역도 선정한다고 한다.  

6·25전쟁 참전 전사자들의 유해 발굴은 국가의 막중한 책무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의 숭고한 희생을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는 것은 당연하다. 70년 가깝도록 이름 모를 차가운 땅에 묻혀있는 전사자들과 그들을 기다리는 가족들의 한과 슬픔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정부는 전사자들의 유해를 하루라도 빨리 찾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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