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제주본부 지역경제 보고서 2분기 지표 보합·소폭 감소
기업자금사정 소폭 개선 불구 제조업 생산·소비 등 제자리
면세점 매출 급증…시장 내 양극화 심화, 수수료 부작용 우려
올 상반기 제주경제가 정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일하게 성장세를 보인 면세점 매출마저도 양극화 심화와 수익 분산에 따른 지역 환원 효과가 미미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본부장 안성봉)가 26일 발표한 지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2분기 중 제주 경기 지표 대부분이 전분기 대비 보합 또는 소폭 감소를 기록했다.
정책 자금 투입에도 불구하고 투자심리가 살아나지 않으며 설비투자가 소폭감소했고, 수출도 5개월 연속 하락세인 반도체 효과와 광어 위기를 이기지 못하며 감소세를 탔다. 기업자금 사정이 소폭 개선됐지만 제조업 생산과 소비는 보합세를 보이는 등 하반기 전망을 불투명하게 했다.
무엇보다 경기 둔화로 위기감이 높았던 1분기와 비교한 수치라는 점에서 걱정을 키웠다.
제주에서 유독 두드러진 부분은 면세점 매출이었다.
제주지역 면세점 매출은 지난해 4분기만 전분기 대비 30.8%, 올 1분기는 다시 32.7%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는 제주지역 소매판매액지수 상승률이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면세점 기여율 80%대)하는데 미쳤다. 대형유통매장 매출 지표가 반토막이 나는 등 소비 둔화와 유통환경 변화를 미치고 있는 것이 반영되지 않으며 착시 효과를 일으키고 있는 상황이다.
이마저도 대기업과 지역 중소·견 면세점 간 온도차가 벌어지며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제주 면세점 매출 증가는 중국내 전자상거래 시장 확대에 따른 SNS 기반 판매상(웨이상)과 기업형 대리구매인(따이공) 증가, 한국 면세점 품목 및 가격 경쟁력 강화 등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제주도 면세점 매출액 중 일반 면세점(시장 점유율 73.5%) 매출의 84.6%가 중국인, 지정 면세점(26.5%)은 98.7%가 내국인에 의해 매출이 발생하는 등 의존도에서 차이를 보였다.
중국인 구매자들이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고 서울 등에 비해 체류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점에서 제주를 선택하면서도 상대적으로 품목이 다양한 대기업 계열 면세점을 선호한 때문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면세점간 송객 수수료 경쟁이 심화하면서 전체 수익 구조가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이공 매출이 늘어나는 만큼 수익성이 떨어지는 등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지 않을 경우 면세점 매출 증가를 긍정적으로 볼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면세점 매출 증가가 지역경제 지표를 지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이지만 중요한 것은 내용"이라며 "송객수수료로 인한 부작용은 물론이고 제주를 관광지가 아닌 쇼핑센터로 판단하게 될 경우 관광 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