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 피서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 바깥 나들이도 쉽지 않다. 하지만 폭염에도 연중 서늘한 천국이 있으니 바로 천연 동굴이다. 화산섬인 제주는 130여개의 용암동굴을 보유하고 있다. 바다로 숲으로 가는 피서도 있지만 색다른 동굴 피서도 추천한다.

만장굴. 제주관광공사 제공

△만장굴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에 위치한 만장굴. 제주말로 '아주 깊다'는 의미에서 '만쟁이거머리굴'로 불려온 만장굴은 약 10만년~30만년전에 생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1958년 당시 김녕초 교사였던 부종휴씨에 의해 발견돼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만장굴은 총 길이가 약 7.4㎞에 이르며, 부분적으로 다층구조를 지니는 용암동굴이다. 인근에 있는 김녕사굴, 밭굴, 개우젯굴과 애초에 모두 연결돼 있었으나 천장이 붕괴되면서 분리된 것으로 여겨진다. 만장굴의 주 통로는 폭이 18m, 높이가 23m에 이르며 세계에서 가장 긴 용암동굴이다. 전 세계에는 많은 용암동굴이 분포하지만 만장굴과 같이 수십만 년 전에 형성된 동굴로서 내부의 형태와 지형이 잘 보존돼 있는 용암동굴은 드물어 학술적, 보전적 가치가 매우 크다.

만장굴은 동굴 중간 부분의 천장이 함몰돼 3개의 입구가 형성돼 있는데, 현재 일반인이 출입할 수 있는 입구는 제2입구이며 1㎞만 탐방이 가능하다. 만장굴 내에는 용암종유, 용암석순, 용암유석, 용암유선, 용암선반, 용암표석 등의 다양한 용암동굴생성물이 발달해 있다. 특히 개방구간 끝에서 볼 수 있는 약 7.6m 높이의 용암석주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알려져 있다.

시원하고 큼직하게 뚫린 입구에서 계단을 따라 15m 정도 내려가다 보면 동굴 안에서 밀려오는 어둡고 찬 공기가 진하게 폐부를 찌른다. 연중 평균 기온 12도 안팎을 유지하는 굴의 내부는 매우 깊어 빛과 소음을 싫어하는 박쥐들에게 좋은 서식처가 되고 있다.

협재굴. 제주관광공사

△협재굴·쌍용굴
제주시 한림읍 협재리에 위치한 협재굴은 황금굴, 소천굴, 쌍용굴, 만장굴과 더불어 제주도의 대표적인 용암동굴이다. 동굴의 길이는 약 200m, 너비 10m, 높이는 5m 정도의 규모이며, 250만년 전 한라산 일대의 화산이 폭발하면서 생성됐다. 용암동굴이자 석회동굴의 특징이 복합된 2차원적인 동굴이라는 점이 특이하며, 그 일대가 모래와 조개껍질이 섞여있는 패사층으로 돼 있다.

동굴 내부에는 천장에서 뻗어 나온 석종과 마치 바닥으로부터 솟구쳐 나온 듯이 보이는 석순 등이 신비로운 광경을 연출하며, 석종과 석순이 만나 하나의 기둥을 이루는 종유석이 기괴하면서 아름답다. 동굴 벽면에는 석회분이 덮여있어 마치 하나의 거대한 벽화가 새겨져 있는 듯 웅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동굴 내부의 온도는 연중 내내 17~18도를 유지해 한여름의 이색적인 피서지로 각광을 받고 있고, 한 겨울에는 따뜻한 온도로 추위를 피할 수 있어 각광받고 있다.

협재굴은 천연기념물 제236호로 지정돼 있고, 페루의 돌소금동굴, 유고슬라비아의 해중석회동굴과 더불에 세계 제3대 불가사의 동굴로 꼽힐만큼 유명한 곳이다. 협재굴을 빠져 나오면 바로 옆에 쌍용굴이 자리하고 있어 두 동굴을 함께 돌아볼 수 있다.

미천굴. 제주관광공사

△미천굴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리에 위치한 미천굴은 학술적, 관광적, 문화적 가치를 간직한 중요한 자원이며 그 주변에는 맑은 공기, 깨끗한 물, 푸른 들판, 오름을 간직하고 있다.

특히 원초적인 암흑의 지하 공간은 인간으로서의 정신적인 원점에서 인간의 본질과 미래에 대해 사색하고 추상하는 창조의 공간이 된다. 미천굴은 제1굴의 길이가 398m이고 제2굴은 약 1320m이다. 굴의 입구는 천정함몰에 의해 형성됐으며 비교적 천정 두께는 얇다.

동굴을 형성한 현무암류는 동굴의 지표면상에 유동방향을 나타내는 로피구조가 발달했다. 도시속에서는 맛 볼 수 없는 절대 자연미를 느낄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이다.

△동굴카페
자연동굴만 있는 것이 아니다. 동굴을 이용해 만든 카페도 있다.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에 위치한 동굴카페는 용암 동굴과 분화구를 활용해 조성됐으며 관람객의 쉼터이자 전시 공간이다. 동굴카페는 한여름에도 24~25도로 시원하다. 동굴카페 말고도 족욕이나 짚라인 체험도 즐길 수 있다.

선인장 군락지인 제주시 한림읍 월령리 월령 포구에도 바다 동굴이 보인다는 카페월령이 있다.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가면 건물 한복판에 자리 잡은 용암동굴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2층에서 지하 1층을 오가며 바다 동굴을 볼 수 있다. 동굴은 물때마다 바닷물이 차올랐다 빠져나가는데 치어들이 들어와 헤엄치기도 한다. 김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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