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편집부장 대우

여성의 자신감이라 불리는 하이힐은 다리를 길어 보이게 하는 착시효과로 여성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배우 마릴린 먼로도 "여성은 하이힐을 발명한 자에게 빚을 졌다"며 칭송했다. 하지만 전문모델들조차 굽이 높은 킬 힐을 신고 넘어지는 사례가 잇따르자 '킬 힐 바이러스(kill heel virus)'라는 말이 퍼졌다. 실제 하이힐을 오래 착용하면 발에 극심한 통증을 주고 심하면 체형의 변형까지 가져올 수 있다고 한다. 

최근 일본 여성들 사이에서 하이힐을 거부하는 운동이 전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모델이자 작가인 이시카와 유미는 하이힐과 펌프스(끈이나 고리가 없는 뒷굽이 높은 구두)를 착용하는 것을 '여성의 매너'로 강제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는 내용의 서명운동을 온라인에서 전개해 1만8856명이 참여한 요청서를 후생노동성에 제출했다. 요청서는 "기업이 (이런 불편한 신발의) 착용을 여성에게만 명령하는 것은 성차별 혹은 젠더하라(Gender+Harassment·사회적 성[性]이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행위)에 해당한다"며 "이를 금지하는 법 규정을 만들어 달라"는 내용을 담았다. 이시카와씨가 이런 운동을 벌이게 된 것은 장례식장에서 아르바이트할 때 고용주의 지시로 펌프스를 신고 일하다가 발이 아파 고생했던 경험에서 시작됐다.

지난 2월부터 시작한 서명운동은 비슷한 '고통'을 겪은 여성들의 공감을 얻어냈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신발이라는 뜻의 '구쓰(靴)'와 고통이라는 뜻의 '구쓰(苦痛)'의 앞글자를 따서 '#KuToo(구투)' 해시태그를 단 지지글이 잇따랐다. 국내에서도 가수겸 배우인 설리가 인스타그램 사진으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노브라(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고 외출하는 행위)'에 대한 비난 때문이었다. 하지만 설리는 얼마전 방송에 출연해 "브래지어는 건강에도 좋지 않고 액세서리일 뿐"이라는 소신을 밝혔다. 젊은 여성들 사이에 페미니즘이 지지를 얻으면서 확산하고 있는 '탈코르셋' 운동도 있다. 탈코르셋은 벗어난다는 뜻의 '탈(脫)'과 체형 보정 속옷인 '코르셋(corset)'을 결합해 만든 신조어로 사회적으로 고정된 '여성스러움'의 이미지를 거부하고 화장하거나 꾸미지 않을 권리를 주장한다. 

아름다움이나 여성스러움도 사회 통념상 강요된 부분이 많다. 이제는 많은 여성들이 불편한 시선에 굴복하기보다 불편함을 개선하려고 한다. 하이힐을 신고 화장을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자유일뿐 획일적인 강요는 바람직 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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