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생 교육문화체육부국장

지난 6월 태극전사들이 우리에게 보여준 교훈이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U-20) 월드컵 대표팀은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 사상 첫 준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아올렸다.

한국축구는 2010년 17세 이하(U-17) 여자월드컵에서 여민지를 앞세워 우승컵을 들어 올렸지만 남자축구는 2002년 한일월드컵 4강이 최고 성적이다. 2010년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열린 FIFA U-17 월드컵에서 태극낭자들은 한국축구 사상 128년 만에 FIFA대회 첫 우승이라는 기념비적인 역사를 썼다. 당시 한국여자축구는 숙적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전반 6분 이정은이 첫 골을 터트리며 앞서 나갔지만 일본에게 연속골을 내주며 끌려가다 전반 추가시간 세트피스상황에서 김아름의 중거리포로 동점을 만들었다.

한국은 후반 12분 다시 일본에게 재역전골을 내줬지만 후반 34분 이소담이 극적인 두 번째 동점골로 승부를  마지막 승부차기로 이어가며 5-4 승리의 극적인 드라마를 완성했다. 태극낭자의 포기하지 않은 승리에 대한 간절함이 상대선수보다 컸다.

6월 폴란드에서 펼쳐진 U-20 남자월드컵에서도 한국축구대표팀은 또 하나의 축구 역사를 썼다. 8강전에서 만난 세네갈과의 경기에서 승부차기 끝에 3-2로 승리하며 지난 1983년 멕시코 월드컵 이후 또 한 번의 4강 신화를 이뤄냈다. 이날 태극전사들은 1-2로 경기가 끝날 것 같았던 후반 추가시간 8분 코너킥 상황에서 이강인의 공중볼을 이어받은 이지솔이 머리로 살짝 방향을 바꾸는 절묘한 슛으로 2-2 동점포를 가동하며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갔고 승부차기 끝에 4강전에 진출하는 드라마를 연출했다. 

이런 U-20 월드컵 준우승의 열기도 K리그1로 이어졌다. 지난달  23일 강원FC가 17라운드 홈경기에서 포항을 상대로 후반 24분까지 0-4로 뒤지며 패색이 짙었지만 이후 5골을 터트리는 무서운 뒷심을 발휘, 승리를 일궈내며 경기장을 찾은 축구팬들을 열광의 도가니속으로 집어넣었다. 

강원은 후반 11분만까지 0-4로 몰린 최악의 상황에서 후반 25분부터 신들린 플레이로 상대를 압도했다. 강원은 후반 25분 조재완의 만회골을 시작으로 후반 33분 발렌티노스의 추가골로, 후반  추가시간 4분 만에 3골을 터트리는 폭발적인 집중력으로 극적인 승리를 맛봤다. 

축구는 전략이나 피지컬 못지않게 심리상태가 매우 중요하다. 이날 강원 선수들은 마지막 휘슬이 울리기 순간까지 승리에 대한 간절함으로 싸웠다. 강원의 김병수 감독은 "기쁨과 슬픔이 공존했던 경기였다. 이번 같은 경기는 감독의 통제권이 완전히 벗어난 상황이다. 결과를 뒤집을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포기하지 않은 선수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특히 K리그 역사상 4골 차를 뒤집은 역대급 명승부에 외신들마저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영국의 '스포츠바이블'은 "강원이 K리그에서 역대급 최고의 역전승을 만들어냈다"며 "절망적인 상황에서 축구가 가진 힘을 보여줬다"고 찬사를 보냈다. 

어린 태극전사들과 K리그 선배들의 바통을 이어 7월 제주의 녹색 그라운드가 뜨거워질 전망이다. 바로 27회째를 맞은 백록기전국고교축구대회가 그 현장이다. 이번 대회는 제주월드컵경기장을 비롯한 서귀포시 일원으로 장소를 옮겨 야간에 경기로 치러진다.  출사표를 던진 전국 38개 팀 모두가 우승팀임에 손색이 없다. 

지난 6월 전국 5곳에 펼쳐진 전국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대전유성생명과학고와 서울중앙고, 서울영등포공고를 비롯해  준우승에 오른 경기 과천고, 서울경희고와  3위를 기록한 경기이천제일고, 인천부평고, 서울중대부고, 경남창원기계공고, 대구대륜고, 충남신평고 등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명문팀들이 총집결했다. 2019년 6월 그 뜨거웠던 U-20 한국축구의 열정 만큼 간절함을 가슴에 품은 어린 선수들이 백록기 현장에서 또다른 감동 드라마를 연출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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