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검, 펜션·여객선서 촬영된 3장 확보
졸피뎀 투약·사체은닉 혐의 뒷받침할 증거
경찰청, 2일 부실수사 논란 진상조사 착수

전 남편 살해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이 범행 장소를 휴대전화로 촬영해 보관해둔 사실이 밝혀졌다.

펜션에서 수면제인 졸피뎀을 전 남편에게 먹이고, 완도행 여객선에서 사체를 은닉한 혐의를 뒷받침할 증거로 활용될 전망이다.

제주지방검찰청은 지난달 12일부터 고유정의 전 남편 살해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 의미 있는 사진 3장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유정이 범행 당일인 5월 25일 오후 8시10분 제주시 조천읍 펜션 내부에서 촬영한 사진 2장과 같은달 28일 완도행 여객선 5층에서 촬영한 자신의 캐리어 사진 1장이다.

펜션 내부에서 촬영한 사진 2장 중 1장에는 중앙 상단에 8시10분을 가리키는 시계가 있었고, 오른쪽 출입구 아래에는 전 남편 강모씨(35)의 흰색 신발이 있었다.

다른 사진에는 싱크대 위에 햇반 2개와 빈 그릇 2개, 졸피뎀을 넣었던 것으로 보이는 분홍색 작은 가방(파우치), 음료수 등이 찍혔고, 빈 그릇에는 카레라이스가 묻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고유정이 음식물에 졸피뎀을 희석해 전 남편에게 먹인 후 살해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사진이다.

검찰은 고유정이 28일 오후 8시54분 완도행 여객선 5층 갑판에서 촬영한 캐리어 사진도 확보했다.

고유정은 캐리어 사진을 촬영한 후 9시29분부터 34분까지 5회에 걸쳐 캐리어에 담긴 검은색 봉지를 바다에 버린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지난달 18일 고유정의 현 남편을 조사하는 과정에 "고유정이 중요한 일을 할 때 사진을 찍거나 검색을 하는 습관이 있다"는 진술을 듣고 압수한 사진을 다시 분석, 의미 있는 사진 3장을 확보하게 됐다.

한편 경찰청은 '고유정 전 남편 살인사건'에 대한 경찰의 초동수사가 일부 미흡했다는 여론이 확대되자 지난 2일 경찰청 형사과·여성청소년과 등 5명으로 구성된 진상조사팀을 꾸려 제주동부경찰서 담당자를 상대로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김경필·양경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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