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욱 한의사 / 한의학 자문의원

지난번에는 한약이 복합처방인 이유에 관해서 설명했다. 이번에는 한약 복용의 묘미에 대해서 알아보자.

인체는 해 뜨는 시간에 활동할 준비를 하고, 지는 시간에는 쉴 준비를 한다. 이른 오전부터 교감신경이 주로 작동하고 늦은 오후부터 부교감신경이 우위에 서게 몸은 설계되어 있다. 이런 연유로 교감신경을 항진시키는 커피(카페인)는 되도록 오전에 먹어야 하고, 늦어도 오후 2시 이전에 먹어야 부작용이 없다.

한약은 기약(氣藥)과 혈약(血藥)으로 나눈다. 기약은 이른 아침에 복용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며 혈약은 늦은 오후나 밤에 복용하는 것이 좋다.

기를 보하는 처방인 보중익기탕(補中益氣湯)은 하루 3번 식후에 나눠 먹기보다 아침과 점심 식전에 복용하는 것이 더 좋다.  혈을 보하는 처방인 육미지황탕(六味地黃湯)은 늦은  오후와 수면 전에 나눠 먹는 게 이롭다. 몸의 균형이 심하게 깨져서 혈약과 기약이 동시 투여가 필요할 때는 오전과 오후 처방을 달리 내어 쓰는 경우도 있다.
용량의 차이로도 약효의 차이가 극명히 드러나기도 한다.

기를 보하는 한약인 인삼은 처방에서 소량 쓰면 인체의 겉과 위쪽에 약효가 작용한다. 가령 감기나 두통에 인삼을 쓸 때는 인삼을 조금만 쓴다. 인삼의 용량을 크게 올려 쓰면 인체의 속과 아래쪽에 작용한다. 위급 시 쓰는 독삼탕(獨蔘湯)이 그 예이다.

보음하는 약은 많이 써야 효과를 보며, 보양하는 약은 조금만 써도 원하는 효과를 얻는다. 보양하는 약재인 계피는 소량을 써야 오히려 더 효과적이며, 보음하는 약재인 숙지황은 대체로 대용량으로 처방해야 원하는 약효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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