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 기상청장

'삼복지간(三伏之間)에는 입술에 붙은 밥알도 무겁다'라는 속담이 있다. 삼복기간에는 더위가 심하기 때문에 몸의 기운이 쉽게 약해지고 입술에 붙은 가벼운 밥알도 무겁게 느껴질 만큼 사소한 일조차도 힘들어지게 된다는 뜻이다. 

이처럼 예부터 혹독하게 느껴지던 더위는 최근 그 양상이 날로 심해져 사회·경제적으로 많은 피해를 발생시키는 재난으로 다가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낸 기상재해는 무엇일까. 바로 폭염이다. 1994년에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3384명이 단일 기상재해로 인한 역대 가장 많은 사망자로 기록되어 있다. 폭염은 태풍이나 집중호우처럼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사람의 건강에는 치명적인 영향을 미쳐 폭염을 조용한 살인자라고 말한다. 

작년에도 홍천에서 일 최고기온이 41.0℃, 서울은 39.6℃를 기록하면서 역대 최고값을 갈아치웠다. 또한, 전국 평균 폭염 일수는 31.5일, 열대야 일수는 17.7일로 우리나라 기상관측 이래 역대 최고값을 경신하면서 극심한 더위가 전국적으로 맹위를 떨쳤다.

이로 인해 전국적으로 4526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하였고 17만여 마리 이상의 양식장 어류가 폐사하였으며, 가뭄으로 인한 농작물 생육부진 등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이처럼 여름철 폭염을 막을 수 없다면 그에 따른 피해를 줄이는 방안은 무엇일까.

이에 기상청은 올해 6월부터 9월까지 '폭염 영향예보 정규서비스'를 시행한다. 폭염 영향예보는 폭염으로 사회·경제적인 영향이 예상될 때,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하여 폭염으로 인한 각 분야와 지역별 영향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작년 시범서비스를 거쳐 올해 정규서비스로 실시되는 폭염영향예보는 7개 분야(보건·농업·축산·수산업·산업·교통·전력)에 대한 위험도 지도와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선정된 위험수준별 대응 요령을 함께 제공한다.

폭염 영향예보의 위험수준은 기존 폭염특보(주의보, 경보)와 연계하여 총 4단계로 나누어져 있다. 폭염 영향예보는 기상청 날씨누리 홈페이지와 기상정보문, 모바일 웹, 문자서비스를 통해 제공된다. 홈페이지와 모바일 웹에서는 읍·면·동 단위까지 분야별 영향정보를 확인할 수 있으며, 문자서비스의 경우 농어촌 이장단·독거노인·영유아·장애인 관리자를 대상으로 제공된다.

매년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기상 현상과 그로 인해 우리 생활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상청도 이에 발맞춰 현상 중심의 예보에서 영향예보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의 기온 위주의 폭염예보에서 한발 더 나아간 폭염 영향예보가 그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 폭염 영향예보를 활용하여 국민과 관계기관이 함께 대응해 나간다면 폭염과 같은 위험기상으로부터 개개인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데에도, 나아가 사회적·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에도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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