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원학 제주생태교육연구소 소장·논설위원

천미천과 인접해 있는 제주도 비자림로 공사에 대한 환경문제가 계속하여 이슈가 되고 있다. 애기뿔소똥구리, 맹꽁이, 팔색조 둥지 등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들의 출현으로 인한 일들이 이슈의 중심에 서있다. 이는 집행기관이 하천의 생태적 가치에 대한 생각이 모자란 부분이 수면위로 드러나는 일이고 한편으로는 수많은 눈으로 살펴보는 민간감시자들이 보여준 노력의 결과물이다.

견고한 돌다리라 여겼던 일들이 흔들거리거나 빠져있거나 부서지는 식의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수면위에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환경부 뿐 만 아니라 문화재청까지 섬세하게 살펴보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상태여서 당분간 비자림로는 어려운 행보가 예상된다. 어쩌면 비자림로의 이슈는 삼나무를 떠나 하천으로 옮겨지는 실정이다. 우리가 쉽게 간과했던 일은 하천생태계와 육상생태계의 상호보완적관계라는 사실을 정확히 느끼지 못했다는 점이다.

하천은 상류부터 하류까지 각각의 특성에 맞는 생태계를 가지고 있으며 주변 환경과도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같은 지역에서도 하천 물의 양과 수질 그리고 주변의 토지이용은 수서곤충, 양서파충류, 조류 등의 생태에도 많은 영향을 준다. 또한 하천의 수생생태는 육상생태로 연결되어 생태계의 상호작용을 알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된다. 특히 하천의 수서곤충과 어류 등은 조류의 먹잇감이 되는 먹이사슬구조가 가장 잘 발달된 곳이기도 하여 하천과 하천주변의 생태는 생물다양성이 매우 높은 곳이다.

천미천은 제주도의 하천 중 가장 긴 유로의 하천이다. 한라산 동측 해발 1100m의 어후오름 일대에서 발원하여 표선면 하천리 해안까지 이어지며 하천의 유로 연장은 25.7㎞이고, 유역 면적은 126.14㎢나 된다. 또한 천미천은 본류 이외에도 수많은 지류를 형성하는 수지형(樹枝形) 하천으로 사려니 숲길이 위치하고 있는 중상류 지역은 하계밀도가 높고, 성읍2리에서 해안 저지대를 잇는 하천 본류지역에서는 하계밀도가 낮다.

제주도의 기후 특성 상 다우지역에 위치하여 수많은 지류가 형성되었으며 이는 천개의 꼬리를 지닌 천미천의 이름을 부여해준 계기이다. 지형과 경사를 따라 동쪽으로 힘차게 달리던 천미천은 교래리에서 수많은 지류들이 서로 모이면서 제법 넓고 평평한 형태의 하천의 모습을 띠기 시작한다.

그러나 동부지역으로 곧게 향하던 천미천은 부소오름에서 길이 막히면서 남쪽인 성읍방향으로 유로를 변경하면서 하천의 지형적 특징이 크게 변하기 시작한다. 지류들을 통해 수량들이 증가하면서 하천의 침식작용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더불어 하천지형들이 제법 많이 나타난다. 하천에 물이 형성되어 불리는 담(潭)과 소(沼)와 탕( ), 연(淵)을 모두 볼 수 있는 곳이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지형이 커다란 물웅덩인 소(沼)다. 천미천이 갖고 있는 독특한 하천지형들이다.
 

이러한 소들이 분포하고 있는 주변은 각종 야생생물들의 서식처가 되고 피난처가 되고 산란처가 되는 곳이다. 또한 이러한 크고 작은 소들은 년 중 마르지 않아 지역의 농업용수와 생활용수를 공급했으며 지역주민의 향토문화가 꽃을 피우기도 했던 중요한 장소이기도 했다. 이러한 소를 품은 하천은 야생동식물의 보고로 자리 잡게 되고 자배남수라 불리던 진수내는 이승만 별장으로 물을 공급했던 장소이기도하며 용암동굴의 흔적을 제공하는 중요한 자연동굴인 덩랑굴이 있기도 하다.

비자림로 삼나무가 천미천에서 길을 잃은 형국이다. 빠름을 중시했던 생각들이 느림이라는 자연 앞에서 쩔쩔매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아무리 확신하는 일이라도 살펴보고 또 살펴봐야 한다는 소중한 교훈을 얻은 셈이다. 
더디게 가도 좋을 일이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 속담처럼 살펴보고 또 살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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