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대근 농협중앙회제주지역본부장

7월 6일은 협동조합의 날이다. 1923년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은 7월 첫째 주 토요일을 국제협동조합의 날로 지정하였고, 이후 협동조합의 가치를 인정한 국제연합(UN)이 1995년 특별결의를 통해 국제협동조합의 날을 제정하여 7월 첫째 주 토요일부터 이전 일주일을 협동조합 주간으로 기념하기 시작하였다. 

우리나라는 2012년 1월 제정한 협동조합기본법을 통해 2013년부터 '협동조합의 날'을 시행하고 있다. 국제협동조합의 날과 동일하게 7월 첫째 주 토요일이 우리나라 협동조합의 날이다.
무엇보다 협동조합의 날을 지정, 운영하는 이유가 중요하다. 세계 최대 비정부기구인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은 '협동조합'을 공동으로 소유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를 통해 공통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자율적인 조직으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지난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와 2008년 미국 금융경색 등 세계 경제위기마다 협동조합은 세계경제의 충격을 줄이는 완충장치로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자본주의 경제가 지닌 취약점인 부익부·빈익빈을 보완할 새로운 경제모델 즉, 상생과 협력을 강조하는 협동조합이 양극화 해소, 시민경제 활성화를 위한 대안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흔히 대표적인 사회적 경제 공동체를 주식회사와 협동조합으로 구분하고 있다. 최초의 주식회사는 1602년 네덜란드에서 탄생한 동인도주식회사로 인도와 중국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에서 생산하는 향신료와 면화를 헐값에 수집, 유럽에 팔기위해 많은 자본을 모아 배를 만들어 동인도 쪽으로 보내고, 이 이익을 주주들끼리 분배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그 주식회사에 돈을 투자할 수 있었던 사람들은 귀족이거나 지주들이었고 이들이 생산 및 유통을 독점하면서 서민들과의 빈부 격차는 벌어지고 급기야 서민들이 이들 회사의 노동자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1844년 영국의 맨체스터 로치데일에서는 28명의 노동자가 돈을 모아 '로치데일 공정개척자 조합'을 설립하게 되었다. 이것이 최초의 협동조합이다. 동인도 주식회사가 생긴 후 240년 만의 일이다. 그 당시 생산자 중심의 생필품 공급, 가격횡포에 맞서 스스로의 힘으로 생산자와 협상을 벌이고 정직한 상품을 정직한 가격으로 팔자는 취지로 출발한 협동조합이 지금은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95개국 10억명의 조합원이 가입된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이 되었다.

한국농협도 1961년 종합농협으로 출범한 이래 생산자와 소비자를 보호하고 공정한 시장경제의 틀을 다지는 가운데 1997년부터 ICA이사회에 진출하였고 지금은 세계 4대 협동조합으로 성장했다.

1998년부터는 농업분과기구인 국제협동조합 농업기구(ICAO) 사무국을 운영하고 있으며, 농협중앙회장이 ICAO회장직을 맡아 수행하고 있다. 올해 5월 15일에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농작물 재해보험제도 활성화 및 농기업 생산 가공품에 대한 세금감면제도 확대 촉구 등 8개 조항의 '지속가능농업 오슬로 선언' 채택의 견인차 역할을 하였다. 세계협동조합에서 한국농협의 위상이 부쩍 높아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물론 농협의 미래가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농가인구 감소와 고령화, 4차 산업혁명, 농식품 소비트랜드, 개방화 등 농업, 농촌의 환경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 협동조합은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개혁해야 한다.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고 새로운 비전을 조합원들과 함께 제시해 나가야 한다. 

낙관은 금물이지만, 분명한 것은 개인이든 지역이든 나라든 농업이 없는 미래는 없다는 사실이다. 농업을 지키고 농업의 가치를 키우는 것이 곧 우리의 미래를 위한 일이라는 점에서 농업의 미래를 위한 협력이 중요한 시점이다. '농업인이 행복한 국민의 농협'을 만들기 위해 협동조합의 이념과 가치를 다시금 돌아보게 되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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