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열돌을 맞게 된 백록기 전국고교축구대회는 한국 축구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동량들을 배출해내고 있다. 백록기에서 소속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최우수선수의 영예를 차지했던 박성배(전북 현대), 고종수(수원 삼성) 등 기존의 스타급 선수들 외에도 뒤늦게 빛을 발하며 한국 축구의 월드컵 4강 신화 주역이 된 선수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 월드컵 대표팀의 붙박이 왼쪽 미드필더인 이영표(안양 LG)는 95년 제3회 백록기대회 당시 주장(당시 안양공고)으로서 팀의 우승을 이끌고도 그 해 최우수선수로 뽑힌 조광제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지만 99년 6월 국가대표로 발탁된 뒤 탄탄대로를 달리며 한국 축구의 중흥을 이끌고 있다.

당시 준결승전에서 숭실고와 1-1로 팽팽히 맞선 연장 전반 초반 동료 1명이 퇴장을 당해 수적인 열세에 몰렸지만, 연장 후반 숭실고 수비의 반칙으로 얻어낸 페널티킥을 이영표가 성공시켜 팀을 결승에 올려놓았었다. 이영표의 이 골은 백록기대회 통산 200호 골로 기록돼 있다.

이번 월드컵 무대에서도 포르투갈전 박지성의 결승골, 이탈리아전 안정환의 골든골이 모두 이영표의 발끝에서 나온 패스가 연결된 것이었다.

당시 최우수선수상을 수상했던 조광제는 실업팀인 강릉시청에서 선수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또 차범근 전 감독의 아들인 차두리(고려대)는 4·5회 대회 때 배재고 유니폼을 입고 출전, 5회 대회 1회전에서 군산제일고를 상대로 선취골을 잡아내는 활약을 펼친 바 있고, 이번 월드컵에서 필드 플레이어 중 유일하게 7경기를 풀타임으로 뛰면서 터키전에서 대표팀의 마지막 골을 잡아낸 송종국(부산 아이콘스)도 배재고 재학시절 제4회 백록기 대회에 참가했었다.

경희고 출신인 현영민(울산 현대)은 3회 대회부터 5회 대회까지 세 차례나 백록기 대회에 참가, 5회 대회 천안농고전에서 2-1 승리를 확정짓는 결승골을 터뜨렸고 부평고 동기생인 이천수와 최태욱은 1학년 때인 97년 5회 대회에 나란히 출전했다.

또 4회 대회에서 대륜고의 우승을 이끈 성호상은 영남대를 졸업, 할렐루야축구단에서 축구 인생을 이어가고 있지만 5회 대회 최우수선수인 김기철(당시 대륜고)은 강원대 1학년 때 큰 부상을 당해 선수 생활을 중단하는 아픔을 겪었다.

6회 대회 최우수선수인 유대희(당시 제주제일고)는 울산대로, 7회 대회 MVP로 뽑힌 이재명(당시 중경고)은 경희대로 진학했고 8·9회 2회 연속 우승을 차지한 안동고의 핵심 멤버였던 신 현(중앙대)과 김종경(홍익대)은 나란히 23세 이하 대표팀에서 활약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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