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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민포럼] 적토성산(積土成山)허찬국 전 충남대학교 교수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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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07-10 (수) 18:48:39 | 승인 2019-07-10 (수) 18:50:39 | 최종수정 2019-07-10 (수) 18:50:39

적토성산(積土成山)은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뜻으로 어려운 숙제를 안고 있는 이들이 곱씹어볼 경구이다. 제주 지역의 어려운 현안들의 근본적 해법을 함축하고 있는 말이다. 어떻게 청정한 환경을 보존할 것인가 고민하며 그동안 정부나 법·규제에 의존하는 톱다운(Top down) 방식에 경도(傾倒)되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물론 공항, 도로, 대규모 개발 사업 등을 얼마나 허용할지 결정하는 정책이 중요하다. 하지만 문제의 발생과 해결에 개개인의 선택이 더 중요할 수 있다. 몇 가지 예를 생각해본다.

제주에서 고사하는 소나무가 다 재선충병 피해에 의한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사건이 있었다. 토지 매매로 시세차익을 보려고 600그루가 넘는 소나무에 제초제를 주입하여 고사시킨 사람들에게 실형이 선고되었다는  보도를 최근 접했다. 만약 지역에서 보유 토지에 나무만 없었다면 개발이 쉬워져 비싸게 팔 수 있을 텐데 생각하는 땅주인들이 이 사건의 재선충형 인간들처럼 행동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행위는 어떤 곳에서는 그냥 경제 범죄로 치부될 수 있을지 몰라도 제주 지역의 경우 한정된 청정 자원을 훼손하는 심각한 일이다. 쓰레기가 큰 골칫거리다.

그런데 이 문제의 근저에는 개개인의 선택이 있다. 학교 식당을 예로 보자. 손을 데지 않은 음식물은 일부라도 재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음식 페기물이 얼마나 나오는가는 전적으로 고객이 얼마나 음식을 남기느냐에 달려있다. 재직했던 학교의 여러 교내 식당 중 여러 종류의 음식을 조금씩 접시에 담아 손님이 종류와 수량을 고를 수 있는 학생식당을 주로 이용했다. 먹는 양을 내가 조절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일괄적으로 배식하는 다른 교내 식당보다 남아서 버리는 음식이 적은 것이 좋았기 때문이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음료가 담긴 1회용 투명 플라스틱 컵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흔하다. 그늘지고 벤치가 있는 장소 주변에서 버려진 빈 플라스틱 컵들이 쉽게 눈에 띈다.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의 심각성이 널리 알려졌음에도 남의 일이라고 여기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맘이 든다. 친환경 대체품을 찾는 것만큼이나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개인 용기와 장바구니 사용이 습관화되면 크게 줄일 수 있다. 자동차 수가 빠르게 느는 탓에 주차 공간 부족이 지역의 큰 현안이다. 차고지증명 의무화에도 불구하고 차량이 계속 늘면 이 문제는 계속될 것이다. 반면 대중교통 이용이 더 일반화되면 주차뿐만 아니라 각종 관련 문제도 완화될 것이다. 6월 중순 한라산 중턱의 사라 오름을 다녀오면서 281번 버스를 이용했다.

평일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성판악 인근 5·16 도로가에는 승용차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것을 보았다. 전에도 보았던 모습이라 새삼스런 일은 아니었으나 편히 이용할 수 있는 버스가 자주 다니는 곳에 왜 차를 가져와 무리하게 길가에 주차를 하는지 납득하기 힘들었다. 이제 버스 환승 체계가 잘 정비되어 있고 저렴하기 때문에 승용차가 필요한 경우가 줄었을 텐데 말이다. 

앞의 예는 어떻게 개인의 선택이 큰 사회적 문제를 풀 수 있는가를 시사하는 것들이다. 톱다운과 대비되는 보텀업(Bottom up)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방식이 성공적으로 작동하는 데에는 정부나 공적인 결정보다 사회 구성원 개개인이 주인 의식과 책임감이 더 중요하다. 몇 년 전 관용차 대신 버스나 지하철로, 혹은 걸어서 출근하는 국회의원들의 행보가 알려지며 호감을 얻었다. 제주 지역에서도 소위 '높은' 사람들이 시범을 보여 '힘없는 서민'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면 어떨까.

지사와 도 공무원, 도의원들이 버스나 자전거를 자주 이용하는 모습을 보이면 이게 톱다운, 바텀업인지 여부에 상관없이 좋은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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