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의 세상여행 89. 장마철

철이 바꽈지젠ᄒᆞ민 똑 무신 일이 ᄆᆞᆫ첨 일어나는 거 담수다. ᄀᆞ슬서 저슬 틀어가멍 날 우쳐가젠 ᄒᆞ민, 눈짐벵이가 ᄆᆞᆫ첨 ᄂᆞ리곡, 날 ᄃᆞᆺ아가젠 저슬서 봄 나가민 느지막이 언 날쎄(꽃샘추위)를 넘어사 ᄃᆞᆺᄃᆞᆺᄒᆞᆫ 봄이 뒈곡마씀. 경ᄒᆞ곡, 봄서 ᄋᆢ름 뒈젠 ᄒᆞ민 멧날 메틀 비 ᄂᆞ리는 날(장마)을 넘어사 제라ᄒᆞ게 날이 더워짐니께. 장마철을 넘어사 제라ᄒᆞᆫ ᄋᆢ름이 온덴ᄒᆞᆫ 소립주. 잇날부떠 제주선 장마철 뒈어가민 ‘마진덴’도 ᄒᆞ곡 ‘마튼덴’도 ᄀᆞᆯ음니께. 게난 멧날 메틀 오래 비 오라가민 ‘어떵 마틀어ᇝ인디 잘 살아져ᇝ어?’옌 ᄀᆞᆯ으멍 인사를 ᄎᆞᆯ림니께.

어룬덜 ᄀᆞᆮ는 말 들어보난 마틀기 전이 봄 농시를 ᄆᆞᆫ ᄆᆞ까사뒌덴 ᄒᆞ연게마씀. 보리 타작ᄒᆞ영 ᄆᆞᆫ 장만ᄒᆞ곡, 지슬도 썩음들기 전이 ᄆᆞᆫ 거두어 들여사뒈는 겁주. 이ᄎᆞ록 봄 농시가 ᄆᆞ까져가민 비 ᄂᆞ리기 시작ᄒᆞ멍, 마틀어가는 거라마씀. 제주선 양력 6월 하순 ᄀᆞ리에 마틀기 시작ᄒᆞ영, 7월 초순 넘엉 초복 이전이 장마가 개어간덴 ᄒᆞᆸ디다.

아무거 담지 아녀도 마지는 것도 멧날 메틀 질어(길어)노난 ‘장마철’이렌 불름니께. 진진ᄒᆞᆫ 장마 ᄒᆞᆫ 철이 넘어가민 봄 날쎄가 확 바꽈져가멍 더운 ᄋᆢ름이 뒈어가는 겁주. 선선ᄒᆞᆫ 날쎄가 봄 날쎄가 똠이 비질비질 나는 ᄋᆢ름 날쎄로 바꽈지난 ‘장마철’이렌 불르는 거 담수다. 진 장마철엔 집 소곱이 눅눅ᄒᆞ고, 퍼렇게 동목(곰팡이) 들곡 ᄒᆞ난 주벤 단도리를 잘 ᄒᆞ여사 ᄒᆞᆷ니께.

장맛 ᄀᆞ리 뒈어가민 사름덜은 봄 농시 ᄆᆞ치젠ᄒᆞ난 하영 애를 씀니께. 마틀기 전이 봄 농시 ᄆᆞ끄젠 ᄇᆞ지란이 ᄋᆞ몽ᄒᆞ는 겁주. 경ᄒᆞ당보민 사름덜이 하영 지쳐가는디, 사름덜이 농시 ᄒᆞ멍 기력이 엇어가멍 지쳐가는 거를 제줏말로 ‘축난덴’ ᄀᆞᆯ음니께. 게난, 마틀어가민 사름덜은 집이서 쉬곡, 먹을 거 먹으멍 축난 몸을 잘 거념ᄒᆞ여 가는 거라마씀. 잘 쉬곡 먹으멍 기운을 너끈ᄒᆞ게 ᄎᆞᆯ려사 ᄋᆢ름 뒈엉 농시 일을 제대로 ᄒᆞ게 뒐겁주. 이ᄎᆞ록 비가 ᄂᆞ리는 장마는 ‘이끼사니 이원ᄒᆞ단’(바쁘던) 사름덜도 ‘이끼사니 ᄎᆞᆯ리는’(정리하는) ᄒᆞᆫ ‘철’이 뒈는 거라마씀.

마틀어가민 이끼사니 ᄎᆞᆯ려가멍 하간 것덜 헤먹는디 장마철 ᄒᆞ민 탁 튼내어지는 먹을 게 잇우게! 게역마씀. 제주선 마틀기전이 보리 장만ᄒᆞ곡, 마틀어가민 장만ᄒᆞ여 놓은 보리아정 게역을 멩글앙 먹엇낫우게. 이지금사 게역이 벨미주마는 나 두린 때만 ᄒᆞ여도 게역을 밥추룩 먹어난 거 담수다. 밥에 비왕 비병도 먹곡, 청(꿀)에 탕도 먹곡, 물에 좀앙동 먹곡 ᄒᆞ여 낫어마씀.

초등ᄒᆞᆨ교 땐 비와가민 어무니가 보리 볶앙 게역을 멩글아 주언게마씀. 비 ᄂᆞ리는 날 ᄒᆞᆨ교 ᄆᆞ쳥 비 맞으멍 집더레 ᄃᆞᆯ으멍 왕 보민 어무니가 창고 ᄒᆞᆫ 펜이서 보리 볶아ᇝ입니다. 게역 멩글앙 먹젠 소뚜껭 엎어놓앙 그 우틔서 보리를 볶으는 거라마씀. 게민, 무신 거 ᄒᆞ나라도 얻어먹어보젠 어멍 에염에 조침 안장 잇이민 어멍은 볶아져가는 보리 ᄒᆞᆫ 줌 심언 주언게마씀. 두린 ᄆᆞ슴이 얼메나 지꺼질 거꽈 예! 보리 ᄆᆞᆫ 볶아지민 기계빵에 아정가그네 보리를 골앙 게역을 멩그는 거라마씀. 그 땐 무사 게역 맛이 경 좋앗인고 양? 나(나이) 먹은 어룬덜은 게역이옌 ᄀᆞᆯ으민 두린 때 하간 것덜을 튼내어질거라마씀. 맞수게 예? 잇날사 이지금추룩 돌코롬ᄒᆞᆫ 게 엇어노난 게역 맛이 좋앗일테주마는 어무니가 애썽 멩글아주난 더 돌코롬 ᄒᆞ엿일 거라마씀.

이제, 진진ᄒᆞᆫ 장마가 걷어져가민 제라ᄒᆞ게 농시를 ᄒᆞ여갈 시기우다. 엊그제 넘엇주마는 ‘소서’ᄀᆞ리가 뒈어가민 장마가 ᄆᆞ쳐져가는디, ‘소서’ ᄀᆞ리에 제라ᄒᆞ게 ᄒᆞᆫ 헤 농시를 시작ᄒᆞᆫ덴 ᄀᆞᆯ안게마씀. 마 트는 ᄀᆞ리에 감저꿀 놓곡, 마 개어가민 밧 ᄇᆞᆯ리멍 농시 채비를 ᄒᆞ엿덴 ᄒᆞᆸ디다.

게난 이ᄎᆞ록 비 ᄂᆞ려가민 봄 농시에 축낫던 사름덜은 이끼사니 ᄎᆞᆯ려가곡, ᄋᆢ름 농시 채비 ᄒᆞᆯ 시간이 뒈는 게 장마철인게마씀. 장마가 넘어사가민 주벤 식생도 바꽈져감니께. 날쎄가 더워가난 주벤에 잇인 낭이영 풀덜도 클대로 커가멍 ᄄᆞᆫ 싀상이 뒈어가는 거라마씀. 아무거 담지 안ᄒᆞ여도 장마철엔 주벤도 또나가곡, 사름덜도 펜안ᄒᆞ여지는 거 담수다. 이제 마틀어ᇝ이난 너믜 베껫드레 나사지말앙 이끼사니 ᄎᆞᆯ리는 건강ᄒᆞᆫ 시간이 뒈엇이민 ᄒᆞ여ᇝ우다.

양창용/제주대학교 사범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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