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원영 제주특별자치도 노인장수복지과

지난 4일 고내리 경로당에서 열린 '그림·이야기가 있는 문해교실' 첫 수업에는 수강생 25명이 알록달록 자신만의 이름표를 달고 수줍은 자기소개로 시작되었다.

"난 95살. 우리 손자는 5학년이니 내가 선배다" "처음 들어보는 책가방" "공부할 자신은 없는데 개근상은 꼭 받겠다"란 각자의 소망으로 한결같이 "경로당 최고, 노인회장 최고, 우리 이장 최고"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 과정을 준비하면서 많은 걱정과 고민이 있었다. 그런데 어르신들이 활짝 웃는 모습을 보고 행복하고 뿌듯함을 느꼈다.

도내 경로당(440개소)은 마을에서 어르신들을 위한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작년부터 경로당은 이용자가 고령화(80세~85세)되고, 등록회원 위주의 건강체조와 TV시청 등 소극적 여가활동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제주도와 고령사회연구센터, 제주도노인연합회가 함께 정책 발굴을 고민했다.
올해 4월부터 시범운영 경로당 10개소를 선정하여 주민과 함께 이용하는 개방형 공간, 지역특화 프로그램 운영(소득연계형, 지역돌봄형, 세대통합형), 치매예방과 상담 등 노인복지 거점 공간으로 전환을 모색했다. 더불어 연말까지 '제주형 노인 여가 복지 모델'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화프로그램으로 문해교육, 도자기 교실, 하모니카교실 등 문화프로그램과  약이 되는 밥상, 명사 초대 강좌 등 인문교육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하고 있다. 앞으로 경로당이 어르신들만의 사랑방을 넘어서 '배움과 즐거움이 있는 공간, 주민과 함께하는 심신을 치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신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