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 사회부 차장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불만을 품은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에 맞서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의 대 한국 수출규제를 계기로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일본 제품을 사지 않겠다는 자발적 움직임이 커지고 있는가 하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NO! BOYCOTT JAPAN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국내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최근 전국 성인 501명을 대상으로 일본제품 불매운동 실태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약 70%가 불매운동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또 한국갤럽이 지난 9∼11일 전국 성인 1005명을 조사한 결과에서 '일본에 호감이 간다'는 응답은 12%로 1991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의류브랜드 유니클로 경영진이 "한국의 일본제품 불매운동 영향이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며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패스트리테일링 오카자키 타케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한국에서 벌어진 불매운동이 이미 매출에 일정한 영향을 주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한국의 불매 운동이 장기간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일본 불매운동의 역사는 100년 전인 1920년대초 일제강점기에 일어난 조선물산장려운동이 시초라 할 수 있다. 이후 광복 50주년을 맞았던 1995년 일본담배 퇴출운동이 전개됐고, 2001년에는 후소샤라는 출판사의 역사 왜곡 교과서가 불매운동을 촉발했다. 2005년에는 독도와 관련해 일본이 2월 22일을 '다케시마의 날'로 정하는 조례를 제정하며 불매운동을 불러일으켰다. 2013년에는 아베 정부의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정부 관계자를 파견한 것에 반발해 불매운동이 일었다.

이번 한국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배상 판결까지 한일 갈등을 비춰볼 때 불매운동은 어떤 특정한 상품을 사지 않는 일을 넘어 '역사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과거사에 대한 반성은 커녕 경제 보복 조치에 나선 일본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거세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픈 역사는 쉽게 잊혀지지 않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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