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에서 교통약자들의 전기차 충전소 이용이 쉽지 않다. 제주도가 장애인 등을 위해 교통약자용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했지만 절반 이상은 접근이 힘들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전기차 선도도시라는 이름이 부끄럽다.

㈔제주장애인인권포럼은 12일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들이 직접 도내 교통약자용 전기차 충전기 51기를 돌며 점검한 결과를 발표했다. 장애인인권포럼은 2016년 전기차 충전소 402기를 모니터링해 교통약자가 사용할 수 있는 충전시설이 한 곳도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번 점검 대상은 이에 따라 제주도가 교통약자용으로 설치한 전기차 충전시설들로 여전히 교통약자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 보인다.

충전소 접근 가능 여부와 충전기 사용 가능 여부, 충전기 사용방법 안내 여부 등을 점검한 결과 51기 중 모든 항목을 만족한 곳은 22기(43.1%)에 불과했다. 절반이 넘는 29기(56.9%)는 부적합한 항목이 있었다. 주차공간이 작아서 휠체어를 타고 충전기까지 접근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물론 설령 충전기 앞까지 가더라도 주차 방지턱과 충전기 사이가 너무 좁아서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는 곳이 허다했다. 바닥표면이 울퉁불퉁하고 잔디블록으로 된 바닥에 휠체어 바퀴가 걸리는가 하면 충전 버튼이 작동하지 않거나 충전 케이블이 고장 난 곳도 있었다.

교통약자용 전기차 충전소가 이처럼 제멋대로인 것은 아직 법적 설치 기준이 없는 탓이다. 교통약자 입장에서 설치 기준과 규격을 서둘러 마련하는 한편 교통약자용 충전소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과 관리가 필요하다. 제주도는 2030년까지 도내 운행차량의 75%를 전기차로 대체할 계획이다. 전기차 선도도시로서 보급만큼 중요한 것은 누구나 불편 없이 전기차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 조성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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