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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민포럼] 고양이를 버리다안미영 제주한라대학교 응급구조·관광영어과 / 논설위원
안미영
입력 2019-07-15 (월) 18:59:36 | 승인 2019-07-15 (월) 19:55:17 | 최종수정 2019-07-15 (월) 19:55:17

어느 날 아버지와 초등학교 아들이 자전거를 타고 뒷자리에 고양이를 상자 안에 싣고 30분 정도 근처 해변을 향해 갔다. 

얼마 전 임신한 길고양이가 집에 들어와 아주 눌러앉을 기미를 보이자 팍팍한 살림에 고양이를 거둘 여유가 없어서 해변에 갖다 버리려고 가는 길이었다. 

바닷가에 도착하자 고양이를 내려놓고 "미안하다 야옹아. 잘 살아라"하고 돌아섰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부자는 말이 없었다. 귀찮은 것을 떼어놓고 온 것에 대한 안도감일까 아니면 생명을 버리고 온 허전함인가. 

그런데 부자가 집에 돌아와서 현관문을 여는 순간 '야옹'하고 그 고양이가 반겼다.
그 이후 그 어린이는 두 친구가 생겼는데 하나는 책이고 다른 하나는 고양이라고 한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체험담이다.

문득 우리가 살아가는데 때로는 이 '버리고 싶은 고양이' 같은 상황이 닥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상대방에게는 생사를 가늠하는 절박하지만, 나에게는 피하고 싶은 '귀찮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럴 때 우리는 어차피 내 책임도 아니고 누군가 다른 사람이 도와주겠지 하고 지나칠 수 있다. 그런데 막상 그 고양이를 안아주니 삶의 변화가 생긴 것처럼 우리도 작은 도움으로 생명을 살리는 큰 일을 해낼 수 있다.

며칠 전 서울 강남 지하철에서 일어난 일이다. 50대 초반의 남자가 신바람 나서 외치며 지하철 환승역 계단을 뛰어 내려오다가 7칸 계단 위에서 바닥으로 곤두박질했다. 머리가 바닥에 쿵 부딪히자 곧 의식을 잃었다.

순간 지나가던 여섯 명 정도의 사람들이 그 환자 주위로 몰려들었다. 한 사람은 심폐소생술(CPR)을 하고 다른 사람은 옷을 풀어주고 누군가가 '119'를 외쳤다. 곧 119대원 두 명이 출동했다. 현장에서 환자 머리에 부목을 대고 CPR 하던 사람에게 상황 설명을 들으면서 병원으로 이송해갔다. 

지나가던 필자가 시간을 재보니 사건 발생 후 불과 6분 안에 응급 의료 시스템의 6가지 기능 중에서 사건 탐지(Detection)와 신고(Reporting)와 현장 조치 (Response on scene)가 이루어졌다.

문득 필자는 지난 6월 제주 한라대학교 응급 구조과에서 열린 2학년 학생들의 '생명의 별' 선서식이 떠올랐다. 선배 응급구조사가 생명의 별 마크인 배지를 후배에게 달아주고 촛불 점화를 한 후 2학년 학생들이 응급구조사 선서를 하면서 선배 응급구조사의 희생과 봉사 정신을 계승하는 의식이다.

'인간은  별이다'라는 말이 있다.
즉, 인간 하나하나가 대우주의 축소판인 별이라는 것이다. 그 별 하나하나 생명을 지켜내기 위해 우리 응급구조과 학생들은 오늘도 교수들과 현장 응급구조대 선배들과 함께 열심히 지식과 의료 기술을 배우고 있다.

응급 구조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고로 거의 생명을 잃을 뻔한 환자를 자신의 도움으로 다시 살려내어 '나중에 우연히 카페에서 만나서 서로 웃을 때' '골든 타임 내에 이송해서 보호자로부터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를 들을 때' 등 작은 말 한 마디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필자가 가르치는 우리 학교의 국제관광호텔 학부에 유학 온 외국인 학생들이 떠올랐다.
네팔과 베트남 등 고향과 가족을 떠나 유학 온 이 학생들도 누군가의 귀한 생명의 별이다. 
이들을 바라보며 문득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싱가포르에 가서 공부하는 우리 한국 학생들도 생각났다.

그러기에 오늘 외국인 학생을 바라보며 누군가의 귀한 아들이며 딸인 이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건네고 작은 도움을 주고 싶다.

오늘 우리의 작은 배려가 이 학생들이 고국에 돌아가서 우리 한국의 따뜻한 정을 자기 나라에 전하는 빛나는 생명의 별이 되지 않을까.


안미영  webmaster@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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