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 주장 항소
청바지 압수 절차 적법성·간접 증거 인정여부 쟁점​

사건 발생 10년 만에 어린이집 보육교사 살해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49)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가운데 검찰이 최근 판결에 불복해 항소, 사건이 장기전으로 치닫게 됐다.

제주지방검찰청은 보육교사 피살사건에 대한 항소장을 제출했다고 17일 밝혔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씨가 지난 11일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데 따른 것이다.

이번 사건을 심리한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정봉기 부장판사)는 검찰이 제출한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영상과 미세섬유 등을 살해 혐의 증거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CCTV 영상에는 피고인의 택시로 추정되는 차량이 촬영됐으나 재판부는 화질이 좋지 않아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검찰은 피해자 신체에서 피고인 상·하의 섬유와 유사한 섬유가 발견되고, 피고인이 운행하던 택시 운전석, 조수석, 뒷자리 등에서 피해자의 상의 니트, 무스탕 섬유도 발견됐다고 주장했으나 이 역시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신체와 피고인의 의류에서 유사한 진청색 면섬유가 검출됐으나 대량 생산되는 진청색 면섬유 특성상 동일하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를 토대로 박씨와 피해자가 접촉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 재판부 입장이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2009년 2월 사건 발생 이후 경찰이 피고인 거주지에서 압수한 청바지를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로 판단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재판부가 청바지의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미세섬유와 CCTV 영상 등의 증명력을 전부 부정하면서 증거 불충분 사유로 무죄를 선고했다”며 “이는 형사소송법상 항소사유 중 하나인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에 해당한다고 보기 때문에 항소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지난 2009년 2월 1일 새벽 제주시 용담동에서 자신의 택시에 탑승한 보육교사 이모씨(당시 27·여)를 성폭행하려다 목 졸라 살해하고 애월읍 고내봉 인근 배수로에 사체를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경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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