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복 제주특별자치도 문화예술진흥원장

왜 지금 춘향전(春香傳)인가란 의문은 '한국오페라의 전형(典型)으로 손꼽히는 현제명의 춘향전을 통해 우리가 얻는 예술적 감동이란 무엇일까'란 물음으로 구체화해보면 쉽게 풀릴 수 있다.

그동안 제주를 소재로 해 창작된 뮤지컬이나 오페라 작품들을 간추려보면 '만덕' '홍윤애와 조정철' 등의 실존인물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 있는가 하면, '배비장전'과 같은 고전 해학소설이나 '자청비' 등의 제주신화를 소재로 한 작품들도 몇몇 무대화 되어 선보인 바 있다. 그러나 이들 작품은 대개 초연이나 재연 정도의 수준에 머무는 한계를 드러내면서 관객의 관심에서 점차 멀어져간 결과를 초래하게 된 셈이 되고 말았다. 소재의 재해석과 양식의 재창조란 관점에서 롤 모델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그래서 주목하게 된 작품이 바로 현제명의 오페라 춘향전이다.

먼저 '춘향전'이란 소재에 주목해보면, 고전의 진가가 유감없이 발휘된다는 점이 그 특색으로 자리한다. 본래 판소리계 소설인 '춘향전'은 한민족 예술의 꽃이요, 얼굴이라 불러왔을 정도로 한국인에게 친숙한 소재이다. 그러면서 판소리·창극·영화·연극·오페라 등 실로 다양한 공연예술의 양식화 과정에서 '춘향전'은 늘 실험무대의 단골 메뉴로 등장했다. 여기에는 특히 주요 등장인물의 독창적 캐릭터 설정이 뛰어난 조화를 통해 극적 구성 요건을 강화시켜주는 요인으로 작용한 일면도 있다.

예컨대 변사또의 수청을 거절한 춘향이가 형틀에 묶인 채로 열 대의 곤장을 맞으며 부르는 십장가(十杖歌)는 단연 압권이다. "한 대요" 하고 형장(刑杖)을 내리치면, "일자(一字)로 아뢰리다. 일편단심(一片丹心) 춘향이가 일부종사(一夫從事)하려는데, 일월(日月) 같은 맑은 절개 일각(一刻)인들 변하리까" 하고 그 저항을 도리어 노래로 응수하는 식이다. 사실적인 내용의 극 전개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독특한 예술적 감흥을 자아내게 한다. 한편 이도령이 암행어사가 되어 변복을 한 채로 변사또의 생일잔치에 찾아오는 대목만 하더라도 그렇다. 불쑥 찾아온 초라한 행색의 나그네를 쫓아낼 명분으로 일부러 운자를 주어 한시를 즉흥적으로 지어내도록 하는데, 이때 그 운자에 맞춰 일필휘지 써내려간 한시는 통쾌하기까지 하다.

"금술잔에 넘치는 술은 일천 사람의 피요(金樽美酒千人血), 옥쟁반에 담긴 맛있는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라(玉盤佳肴萬姓膏). 촛불 눈물 떨어질 때 백성 눈물 떨어지고(燭淚落時民淚落), 노랫소리 높은 곳에 원망소리 드높구나(歌聲高處怨聲高)"라면서 이윽고 "암행어사 출두하오"라고 외치는 대목에 이르게 되면 절로 가슴이 뭉클해지기 마련이다. 대본에서의 이야기 구성이 이토록 치밀하면서도 탄탄하다.

제주에서의 현제명 오페라 춘향전 공연은 제주특별자치도립무용단과  강화자 단장이 이끄는 베세토오페라단과의 만남에서 이뤄지게 된다. 베세토오페라단은 그 단체명이 베이징(BE)·서울(SE)·도쿄(TO)의 이니셜 조합인 것에서 드러나듯이, 동북아는 물론 세계무대에서 오페라를 통해 문화외교를 활발하게 펼치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 오페라 전문단체이다.

7월 19일과 20일 양일간에 걸쳐 문예회관 무대에서 선보일 예정이며 특히 20일 낮 공연(오후 3시)에는 제주 지역에서 활동하는 성악가들이 참여한 무대도 마련된다. 이번 제주에서의 현제명 오페라 춘향전 공연을 계기로 음악극과 같은 총체 예술에 대한 도민의 관심이 고조되고 활성화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서 제주를 대표하는 예술상품으로써 그 진가를 발휘할 작품이 창작되고 오래도록 공연되면서 도민과 함께 공감할 기회의 장이 마련되길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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