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마늘 이어 보리도 생산량 증가 따른 처리난 봉착
전국 상황 맞물려 단순 출하 조절로는 가격지지 한계
정부 수매 확대·소비 촉진 등 농가 부담 최소화 '진땀'
말 그대로 '풍년 포비아'다. 따뜻한 겨울과 생육기 좋은 날씨가 만들어낸 유례없는 풍년으로 농업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정 지역, 작목만의 문제로 끝났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양파와 마늘에 이어 보리까지 생산량 증가에 따른 가격 폭락 도미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키우고 있다.
21일 통계청의 '보리·마늘·양파 생산량 조사결과'에 따르면 올해 양파 생산량은 작년보다 4.8% 증가한 159만4450t으로 집계됐다. 1980년 관련 통계 작성 후 최대 물량이다. 재배면적은 작년보다 17.6%(2만6425㏊→2만1777㏊) 줄었지만 지난 겨울과 봄 날씨 호조에 힙입어 면적당 생산량이 크게 늘었다.
마늘 생산량은 작년보다 16.9% 증가한 38만7671t으로, 2013년(41만2250t) 후 6년 만에 최고 기록을 세웠다. 마늘 역시 재배면적이 2.3%(2만8351㏊→2만7689㏊) 감소했지만 날씨 영향으로 생산량이 증가했다.
보리도 사정은 비슷했다. 재배면적은 전년보다 7.4%(4만7237㏊→4만3720㏊) 감소했지만 생산량은 오히려 32.1%(15만1401t→20만3t) 늘어나며 처리난을 걱정하게 됐다.
세 작목 모두 연관돼 있는 제주는 아예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가장 먼저 수확·출하한 양파는 조·만생을 포함해 재배면적이 전년 대비 9.9%(1254㏊→1130㏊) 감소했지만 생산량은 8만9017t으로 전년 8만4519t에 비해 5.3% 늘었다. 선제적 가격관리 차원에서 두 차례에 걸쳐 시장격리를 실시했지만 가격 하락을 막지 못했다. 만생양파까지 시장에 풀리면서 생산비 보전도 힘든 실정이다.
마늘 역시 재배면적 감소(2146㏊→2116㏊, -1.4%)에도 불구하고 생산량이 늘며(2만8491t→2만7453t, 3.8%) 가격 지지에 실패했다. aT유통정보 기준 7월 1~18일 깐마늘 도매가격은 ㎏당 4380원으로 평년(6289원)보다 30.3%나 떨어졌다. 정부가 급하게 마늘수매비축계획을 발표했지만 남도종 재배 비율이 높은 제주 특성을 반영하지 않으며 지난 19일 제주마늘산업지키기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19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앞에서 현실성 반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올해산 제주 쌀보리 처리 전망도 어둡다. 재배 면적은 전년 대비 두자리대 감소(164㏊→131㏊, -19.8%)를 기록했지만 생산량은 453t으로 전년 438t보다 3.5% 늘었다. 맥주보리는 아예 재배면적이 2431㏊로 전년 2002㏊에 비해 21.4% 늘었고, 생산량은 8553t으로 전년(5359㏊)보다 59.6%나 급증했다. 농협제주지역본부 추산량은 9200t이나 된다. 주류업계 계획 물량(7140t) 외는 당장 처리할 방안이 없는 상황이다.
제주 농협 관계자는 "특판 등 소비촉진을 통해 물량을 분산하는 한편 정부 수매 확대 등을 계속해 건의하고 있다"며 "맥주보리도 관련 업계와 계약물량 추가 여부를 논의하는 등 농가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