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고가 22일 오후 5시 효돈B구장에서 열린 제27회 백록기 전국고교축구대회 4조 2차전에서 경기이동FC를 2-1로 격파하고 토너먼트전에 진출했다. 대기고 선수들이 두 번째 골을 터트리자 기쁨을 나누고 있다. 김대생 기자

전국 61개팀 선수·가족 등 2500여명 장기 체류
전지훈련·입소문 효과 등…지역상권 활성화 기여

서귀포 시내에서 돼지고기 전문점을 운영하는 김준섭씨(가명·52)는 최근 얼굴이 좋아졌다는 인사를 듣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부터 지역경기가 좋지 않아 설 명절과 가정의 달 특수를 제대로 보지 못하며 임대료 걱정이 컸었다. 개별 관광객이 늘어나며 '맛집'은 그나마 장사가 된다고 들었지만 김씨 같은 일반음식점에서는 언감생심이었다. 김씨는 "지난해와 비교해 보면 차이가 난다. 백록기 대회 시작을 전후해 식재료를 구입 하는 양부터 달라졌다"고 귀띔했다. 

전국 고교축구 강호들이 대거 참가하는 제27회 백록기 전국고등학교 축구대회가 열전에 돌입한 가운데 서귀포 지역 상권이 백록기 특수를 누리고 있다.

이번 대회에는 디펜딩 챔피언 서울경희고를 비롯해 경기 11팀, 서울 10팀, 제주 5팀, 충청·경상 각각 3팀, 강원 2팀, 대구·대전·인천·전북 각각 1팀 등 대회를 통틀어 38팀이 참가하고 있다. 저학년 대회(U17 23팀)를 운영하면서 타 대회에 비해 원정팀 규모가 큰 편이다. 적게는 20명에서 많게는 40명 넘게 팀을 꾸린 학교도 있는 등 선수만 1000명 넘게 참가하고 있다.

감독 등 코칭스태프와 학교 또는 팀 관계자, 학부모까지 2500여명이 서귀포에 모이면서 파급 효과가 상당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백록기 대회는 31일까지 서귀포시 제주월드컵경기장을 비롯한 강창학경기장A·B, 시민축구장, 공천포구장(천연), 효돈축구장A·B, 공천포구장A·B 등 9개 경기장에서 치러지고 있다. 직접적으로 경기와 관계되지 않은 것은 서귀포 시내 매장 등에서 구입한다. 숙박은 물론 김씨와 같은 음식점 등에서도 직접적인 매출 증가 효과를 보고 있다.

올들어 서귀포 경기가 크게 둔화되다 보니 백록기 특수를 단비처럼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건설·건축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올 초 서귀포 지역 원룸 공실이 늘어나는 등 비상이 걸렸었다. 제주혁신도시·해군기지 이전·영어교육도시 내 국제학교 설립 효과 등이 약화하며 인구유입이 줄어들었는가 하면 내국인관광객이 줄어들며 중문관광단지를 중심으로 한 상권이 살얼음판이 됐다. 지난 2017년 7월까지 건축허가를 받은 후 1년이 넘도록 착공에 들어가지 않은 92건이 취소됐을 만큼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이다. 제주신용보증재단은 서귀포지역 숙박업과 건설기계업을 중심으로 한 운전자금 대출 문의가 크게 늘면서 지난 5월 찾아가는 종합컨설팅 프로그램을 처음 운영하기도 했다.

서귀포시는 참가팀 선수와 가족 등이 서귀포 지역 숙박시설과 음식점 등을 이용하고, 대회가 13일간 열리는 점 등을 감안해 이번 백록기 대회가 지역경제에 35억원 상당(제주연구원 '스포츠대회의 지역경제 파급효과 분석'기준)의 직·간접 효과를 줄 것으로 추산했다. 물가 인상분은 물론 참가자들을 통한 입소문 홍보까지 감안할 때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더 클 것으로 가늠하고 있다. 실제 백록기 대회 참가팀 중 상당수가 제주에서 동·하계 훈련을 진행하는가 하면 서귀포 주요 관광지를 둘러 보는 등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양윤경 서귀포시장은 "대회 기간 전국에서 선수단과 관계자, 학부모 등 2500여명이 방문해 서귀포시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데도 상당한 효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서귀포시는 이번 백록기 전국 고교대회의 성공적 개최 지원을 통해 서귀포시가 최적의 스포츠 전지훈련지임을 재확인시켜 동계시즌 전지훈련에 많은 고교 축구팀들이 다시 서귀포시를 방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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