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익 탐라문화연구원 / 논설위원

현재 제주대학교박물관에서는 2019 대학박물관진흥지원 사업으로 '제주고지도-제주에서 세계를 보다'라는 주제의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고지도를 통해 제주도의 모습이 어떻게 변모해갔는가를 살펴보는 기회가 되고 있으며 제주고지도가 지닌 역사·문화적 가치를 알려 주고 있다.

또한 조선시대에 제작된 제주도의 지도뿐만 아니라 식민지 공간을 그린 측량지도, 해방 이후 급변하는 제주도를 그린 지도, 이방인이 그린 지도 등 다양한 제주의 지도들이 전시되어 제주도의 조선과 일제강점기 사회경제상을 파악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제주고지도는 제주도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주민들의 사회경제상을 보여주는 포구와 목장, 과원 등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 고지도를 보면 제주의 과거를 읽을 수 있다. 제주도가 그려진 가장 오래된 지도이면서 현존하는 조선 최고의 세계지도인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1402)'에는 제주도의 중심부에 '한라산(漢拏山)'과 '제주(濟州)', 서쪽에 '대정(大靜)', 동쪽에 '정의(旌義)'가 나타나고 있다.

'동여비고'중의 '제주지도'(17세기 말)에는 몽골제국이 1276년에 설치했던 탐라목장 터인 '수산평(水山坪)'이 처음으로 등장한다. '목판본 탐라도'(17세기 말)에는 국마장의 경계돌담인 잣성과 과원(果園), 천자문 글자를 이용해 목장 이름을 붙인 자목장(字牧場) 그리고 제주삼읍경계선이 최초로 모습을  드러냈다.

제주의 국마장을 10개로 정비한 송정규 제주목사가 발간한 것으로 추정되는 '탐라지도'(1706)에는 10소장 명칭과 그 경계선이 최초로 표시되었다. 이 지도의 설명문에는 고려 목종 때 분출한 '서산(瑞山)이 바로 비양도(瑞山卽飛揚島也)'임을 강조했다.

'제주삼읍도총지도'(18세기 전반)에는 국마장의 출입구(梁), 못(池), 피우가(避雨家), 잣성의 위치가 구체적으로 나타나 가히 국마장지도라 할 수 있다. 이 지도에는 제주목관아에서 출발해 삼소장과 산마장을 거쳐 백록담으로 올라가는 한라산 등반로가 적색으로 표시되고 있는 것이 특색이다. '제주삼현도'(18세기 중반)에는 독립적으로 분포하는 소규모 화산체인 오름들이 입체적으로 그려져 있다.

제주고지도는 제주의 역사와 문화, 경제와 사회상을 한눈에 보여주는 사료이다. 따라서 제주고지도의 가치를 더욱 높이기 위해서는 첫째, 제주고지도를 활용한 역사문화체험학습 자료개발이 필요하다. 역사와 지리교사들이 협업작업을 통해 개발한 고지도 학습자료를 수업시간에 투입해 학생들이 고지도 속 제주의 역사와 문화 및 지리를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있었으면 한다. 제주의 역사와 문화를 공부하는 데 고지도는 매우 효과적인 자료가 될 것이다. 실례로 '탐라순력도'(1703)는 가장 많이 연구된 고지도이면서 역사문화 체험학습 자료로 많이 이용되는 사료이다.

둘째, 제주고지도를 활용한 역사문화 콘텐츠 개발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제주고지도 동영상 연수자료 제작, 역사문화 해설 프로그램 개발 등이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셋째, 고지도에서 삼별초 항쟁(1273), 목호의 난(1374) 등 역사적 사건이 발생했던 장소나 문화, 경제상을 파악할 수 있는 핵심장소를 찾아가 배울 수 있는 고지도 탐방프로그램이 있었으면 한다.

조선시대 제주도는 중국과 일본을 연결하는 지정학적 중요성을 가진 지역이면서 국내 최대의 목마장이 위치하여 중앙정부와 제주목사의 주도로 제주도의 사정을 한눈에 파악하기 위한 고지도 제작이 이루어졌다. 현재 제주도를 대상으로 제작한 고지도는 총 50여 개로 확인되나 '탐라순력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고지도들은 활용도가 낮은 편이다. 제주고지도들의 가치가 더욱 빛날 수 있도록 시민과 학생 그리고 제주학 연구단체들의 관심과 활용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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