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 사회부 차장

'성군'으로 추앙받는 세종대왕(1397~1450)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 가운데 한명이다. 세종대왕이 1446년(세종 28년) 반포한 훈민정음은 한국의 국자(國字) 또는 한글을 창제한 목적과 세종이 쓴 서문, 한글을 만든 원리와 해례 등이 상세히 설명된 책을 말한다. 훈민정음은 '백성을 가르치는 올바른 소리'라는 뜻이다. 훈민정음 창제 당시 문자체계는 초성 17자, 중성 11자로 모두 28자였으나 오늘날에는 24자만 쓰인다. 우리나라 국보 제70호이고, 유네스코 세계 기록 유산으로 지정됐다.

훈민정음 창제 전에는 한자의 음과 뜻을 빌려 우리말로 표기했다. 세종대왕은 백성들이 말은 할 수 있어도 글을 알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세종 25년(1443년) 우리의 고유문자이며 표음문자인 한글을 만들고, 28년(1446년) '훈민정음'을 반포했다. 세종대왕은 훈민정음 서문에서 "우리나라 말이 중국과 달라서 한자와 서로 통하지 못한다. 이런 까닭으로 어리석은 백성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그 뜻을 펴지 못한다. 내가 이것을 딱하게 여겨 새로 스물여덟 글자를 만들었으니 모든 사람들이 쉽게 익혀서 날마다 쓰는 데 편하게 하고자 할 따름이다"며 창제 목적을 명확하게 밝혔다.

최근 개봉한 한글 창제 과정을 다룬 영화 '나랏말싸미'가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한글 창제의 주역을 세종대왕이 아닌 승려 신미가 주도한 것처럼 묘사하면서 창작의 범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해 감독은 "상영 전 자막을 통해 다양한 훈민정음 창제설 중 하나일 뿐이며, 영화적으로 재구성했다"고 전제했다.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 사이에서도 "역사 왜곡"과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며 반응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역사는 사실에 기반한 것이다. 우리 역사에서 누구보다 백성을 사랑한 임금인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 업적은 물론 왕도 정치를 내세워 백성을 근본으로 하는 정치를 펼친 그의 애민정신은 후대에 기려지고 있다. 영화에서 재구성한 내용을 온전히 역사적 사실로 믿기보다는 역사에 관심을 갖고, 성군 세종대왕이 남긴 업적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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