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근 전 한마음병원장 / 논설위원

언론보도를 보다 보면 신체적 장애를 가지신 분들이 여러 가지 장애로 많은 불편을 겪는다는 사실을 자주 접하게 된다. 듣거나 보는 데에 불편하신 분들은 말할 것도 없고, 걷기가 좀 불편해도 나들이가 몹시 힘든 것이 사실이다. 우리의 살림살이가 예전보다 나아져서 과거와 달리 휠체어도 많고 전동차도 보급되었으며 횡단보도를 지나는 것도 많이 나아졌지만, 거리를 지나는 데에는 여기저기 어려움이 있다. 이것은 시설을 기획하는 공무원들이나 시설을 설치하는 업자들의 잘못도 있지만 우리 일반 시민들의 무관심도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이런 이유는 우리가 남을 배려하는 문화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과부의 설움은 과부만이 안다'라는 말도 있듯이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것에는 관심을 두기 어려운 점이 있다. 이처럼 우리가 직접 경험하기 어려운 경험은 신문이나 방송 등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통해서 간접경험으로 배워야 하는데 그런 것에 무관심하신 사람이 많다.

우리는 장애가 없더라도 다른 지방을 방문하였을 때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장소를 알려 주는 표지가 미비하여 헤매기도 하며, 안내판이 잘못돼 엉뚱한 곳을 가는 경우도 있다.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쉽게 찾는 표지를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은 찾지 못해 방황하기도 한다. 내비게이션이 발달하기도 했지만, 내비게이션 마저도 때로는 잘못 안내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여러 가지 시설들이 표준화가 되어 있지 않아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다. 며칠 전 외국에서 대사까지 지낸 분이 외국에 방문했다가 남성이 여성 샤워실에 들어갔던 경험을 언론에 투고한 것을 보았다. 샤워실에 남녀 표시가 되어있지 않아 그냥 비어 있는 오른쪽에 들어가서 샤워하고 나왔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공중편의시설에서 오른쪽은 여자용이고, 남자용은 왼쪽이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그렇게 정해지지 않았으니 이런 실수를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 후로 공중 화장실을 살펴보니 우리나라에선 여자 화장실이 왼쪽에 있는 곳이 너무나 많았다. 

더불어 호텔에도 난방설비와 수도꼭지가 제각각이다. 보통 뜨거운 물은 왼쪽 수도에서 나오고, 찬 물은 오른쪽에서 나오지만, 반대인 곳도 있으며 대부분 수도꼭지를 올리면 물이 나오고 아래쪽으로 누르면 물이 잠기는데, 아래쪽으로 눌러야 물이 나오는 수도꼭지를 본 적도 있다. 세면대의 물이 내려가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대부분 수도꼭지 뒤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하수구로 내려가는 구멍이 열리는데, 하수구로 내려가는 구멍을 막은 꼭지를 눌러야 열리는 경우도 있다. 이것을 몰라 세수한 다음에 물을 내려보내지 못해 애를 먹은 사람도 본 적 있다.

이런 어려움을 막기 위해 유니버설 디자인이라는 개념이 도입됐다. 여러 공산품에 표준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늘 접하는 도시나 도로의 디자인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도록 통일하자는 것이다. 나사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잠기고 왼쪽으로 돌리면 열리는 것처럼, 신경을 쓰지 않아도 올바른 사용법을 익힐 수 있도록 모든 시설이나 표지를 체계화하자는 것이다. 만일 나사를 돌리는 것이 정해지지 않으면 나사를 풀려고 오른쪽으로 돌려 오히려 더 잠기게 하고 결국 나사를 풀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디자인이라는 것이 새로움과 독특함을 무기로 하겠지만, 이것을 통일하는 것이 바람직하냐 하는 다툼이 있을 수 있다. 기능을 통일하다 보면 새로움을 만들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독특함을 살리려면 때로는 기능에 변화를 가져와야 할 때도 있다. 그러나 사회가 점점 복잡해지는데 이런 기능들이라도 통일시켜서 우리가 느끼게 될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도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을까. 많은 외래인들이 찾는 관광지인 우리 제주에서 이런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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