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상 제주한라병원 제주권역응급의료센터 응급실장

지난 3일 오전 8시 16분께 한라산 성판악 인근에서 60대 남성이 심장마비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는 신고가 119 종합상황실로 접수됐다. 신고가 접수된 후 119종합상황실은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최단 시간 내에 환자를 구조하기위해 긴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다행히 주변에 있던 등산객 중 간호사가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119 종합상황실 구급상황관리사인 강미숙 소방장은 영상 및 음성통화를 이용하여 현장 심폐소생술을 지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장에서의 적극적인 심폐소생술 덕분에 환자의 자발순환이 회복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가슴 졸이며 상황을 지켜보던 상황실 직원들 사이로 작은 환호성이 지나갔으나 아직 의식을 회복하지는 못했기에 긴장을 늦출 수는 없는 상태였다. 현장에서 응급처치가 진행되는 와중에 제주국제공항 내 위치한 소방항공대에도 비상 출동 지령이 내려졌다. 지난달 29일을 기해 현장 배치되었던 소방헬기 '한라매'가 현장을 향해 힘찬 비행을 시작했다. 현장 배치 4일째 되는 날 아침에 일어난 일이었다.

모두가 숨죽이며 현장을 지켜보던 그 긴박했던 순간 한라매가 환자를 구조하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후 한라매를 통해 구조된 환자는 제주한라병원 제주권역응급의료센터로 신속하게 이송돼 대기하고 있던 의료진에게 인계됐다. 응급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와 승압제를 사용해 환자의 생체징후를 안정화시키고 약물치료로 신경 손상의 악화를 막는 등 심정지 후 소생치료가 이어졌다. 다행히 환자의 의식은 점차 호전되는 양상을 보이며, 13일간의 입원 치료를 통해 환자는 심각한 신경학적 후유증 없이 회복됐고 가족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갔다.

심장이 멈춘 사람을 살리기 위한 일련의 연속된 행동들을 '생존 사슬의 고리'라고 한다. 이는 첫째, 목격자에 의한 빠른 신고, 둘째, 목격자에 의한 적극적인 심폐소생술, 셋째, 현장에서 자동제세동기를 이용한 전기충격, 넷째, 빠른 이송을 통한 전문소생술의 4가지 단계로 구성돼 있다. 생존 사슬의 '고리'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4단계 중 어느 하나의 고리라도 빠지면 환자가 소생할 수 없으며 이 4가지 고리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잘 수행돼야만 소생 가능성이 있다. 

이번 사고에서도 빠른 신고와 즉시 적극적인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이름도 안 알려진 간호사와 현장 심폐소생술 및 환자 평가를 지도한 119 종합상황실, 그리고 최단 시간 내에 환자를 이송한 소방헬기가 이 생존 사슬의 고리에 큰 역할을 담당했다. 특히 사고 발생 4일 전에 운항을 시작한 소방헬기의 활약은 환자와 가족에게는 천운이라는 말 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이러한 일련의 노력과 치료를 통해 환자는 귀중한 생명을 구했고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생존 사슬의 고리에서도 강조되었지만 적절한 처치와 빠른 이송은 환자의 소생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한라산 등 접근이 어려운 곳에서 발생한 환자는 이송에 걸리는 시간이 워낙 길어 소생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었다. 우도나 마라도 등 제주에서는 공간의 제약이 환자의 소생을 어렵게 하는 큰 걸림돌이었다. 그러므로 첫 출동에서 귀중한 생명을 구한 소방헬기 '한라매'의 활약은 앞으로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좀 더 자유로워져, 제주 응급환자들의 미래를 기대할 수 있게 한다.

지금까지도 생존 사슬의 고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던 소방구급대에게도 소방헬기라는 진짜 '날개'가 더해졌으니 이를 통해 심정지 등의 중증심혈관질환뿐 아니라 중증뇌혈관질환, 중증외상 등의 3대 중증응급질환 환자의 소생에도 비약적인 발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간 12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제주에서 중증응급환자에 대한 초기 대응 시스템과 효율적인 이송 체계가 갖춰지면 국제안전도시로서 제주특별자치도의 위상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고 진정한 안전도시 제주로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도민과 관광객이 안전한 제주를 위해 밤낮으로 노력하는 모든 소방공무원의 헌신과 노력에 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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