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편집부장 대우

'헬조선' 대한민국에 갑질은 만연해 있고 일터는 지옥이 된 지 오래다. 최근 오너 일가나 경영자에 의한 직원 폭행, 가르침을 빙자해 후배를 괴롭히는 간호사들의 '태움 문화' 등 도를 넘는 갑질과 낡은 기업문화가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셌다.

2017년 11월 비영리 공익단체 '직장갑질119'가 출범했고 노동자와 시민들의 호응을 얻으며 직장 내 괴롭힘을 공론화하는데 일조했다. 지난해 12월에는 갑질 개념을 명시하고 금지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일명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6개월의 유예 기간을 거쳐 지난 16일부터 시행됐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이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에서 지위·관계상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뜻한다.

지위·관계상의 우위에는 직위나 직급, 소속 부서뿐 아니라 연령, 학벌, 성별, 출신지, 인종, 근속연수, 정규직·비정규직 여부 등 거의 모든 관계가 망라된다. 이에 앞서 올해 6월 취업 포털 인크루트가 직장인 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4.3%는 갑질을 당한 적이 있었다고 답했다.

갑질을 한 사람은 '직속 상사'가 51%로 가장 많고, 이어 타 부서 상사(13.4%), 임원(11.9%), 대표(11.8%) 등이다. 다양한 갑질 중 1위로 꼽힌 것은 '업무와 무관한 허드렛일 지시'며, '욕설·폭언·험담 등 명예훼손'과 '업무능력 및 성과 불인정'이 공동 2위에 올랐다. 응답자의 56.7%는 갑질로 인해 '공황장애, 우울증 등의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답했다.

직장 내 괴롭힘이 있으면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다. 법의 시행으로 신고가 접수되면 회사는 바로 조사해야 하며, 사실로 밝혀지면 피해자의 희망에 따라 근무지 변경, 배치 전환, 유급 휴가 등의 조치를 취하고, 가해자에게도 징계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법은 시행되고 있지만 갑질의 정의와 범위가 모호해 구성원 간의 갈등을 더 부추기거나 악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어쨌든 부당행위에 대해서 체념하고 침묵하던 '을'들에게도 희망이 생겼다. 중요한 것은 신고나 처벌이 아니라 권위적인 조직문화가 바뀌고 인권이 존중되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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