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재래시장. 자료사진

7월 제주 전통시장 체감경기지수 관련 집계 후 최저치 기록
상점가 등 고전 역력…골목상권 소상공인 "그나마 버틸 만"

의류 매장 경력만 30년이 넘는 김수경씨(52·제주시 일도2동)는 7월 이른 여름 휴가를 떠났다.

집안에 큰 일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 손으로 꼽을 수준의 '쉬는 날이'다. 김씨는 "장사도 안 되는데 억지로 문을 열고 있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며 "말이 휴가지 마음이 편치는 않다"고 말을 돌렸다.

전통시장 내 상인들도 '요즘 경기가 어떠냐'는 질문에 아꼈다. 한 상인은 "직접 보면 알지 않겠냐"며 인적이 뜸한 시장 안을 가리켰다. "그나마 해가 지면 야시장이나 좀 북적이는 정도지 앞으로 더 힘들 것"이라며 "매상은커녕 팔지 못하게 된 것을 골라내는 것이 더 일" 이라고 애꿎은 부채만 흔들어댔다.

장마와 더위를 만난 '골목상권'이 숨을 고르는 사이 전통시장과 상점가는 고전했다. 경기둔화 나비 효과가 제대로 작동했다.

5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경기동향조사에 따르면 7월 중 제주 전통시장 체감경기지수(BSI)는 42.4로 관련 집계를 시작한 후 가장 낮았다. 역대급 폭염으로 고전했던 지난해 7(46.7)·8월(47.8) 보다 낮았다. 전통시장 체감경기는 1월 58.7로 불안한 출발을 했지만 5월(73.9)까지 완만한 상승세를 보였었다. 하지만 6월만 17.4포인트 떨어진 데 이어 7월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하는 등 위기감이 커졌다.

타 지역에 비해 전통시장 경기가 우위를 보였던 상황도 6·7월 역전됐다. 70대 밑으로 떨어진 적 없는 전망경기지수가 지난달 67.4로 밀렸을 때부터 사정은 안 좋았다. 업종별로 가공식품(54.9)과 기타 소매업·근린생활서비스업(52.4)이 상대적으로 버틸 만 했던데 반해 의류·신발(46.7)과 음식점(48.6)은 고전했다. 농·수·축산물 판매업도 사정은 나빴다.

골목상권 중심의 소상공인 체감경기는 지난 3월(73.3) 이후 완만한 하락세 속에서도 70대를 유지했다. 7월 체감경기BSI는 70.0로 지난해 동월 60.0과 비교해서도 숨 돌 릴 만 했다. 하지만 전망(91.3) 대비 편차가 전달 14.0에서 21.3으로 벌어지는 등 소비 위축 장기화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

제주시 주택가 편의점을 3년째 운영 중인 김수홍씨는 "지난해는 얼음컵이나 맥주를 없어서 못 팔 정도였는데 지금은 묶음 행사를 해야 좀 나가는 상황"이라며 "서로 여유가 없다 보니 야외 테이블이나 쓰레기 민원은 예년보다 늘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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