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제주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중인 가운데 시내 한 아파트 경비실에서 근로자가 선풍기 한 대에 의지해 더위를 식히고 있다. 박시영 기자

제주시 일부 아파트 입주민 반대로 냉방기 미설치
선풍기 돌려도 뜨거운 바람만…고령층 근로자 위험 

제주시내 일부 아파트 경비실에 냉방기가 설치되지 않아 근로자들이 폭염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입주민들이 전기료 등 관리비가 부담된다며 에어컨 설치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으로 매년 이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무작위로 제주시내 아파트 경비실 10곳을 확인한 결과 냉난방기가 설치된 곳은 4곳에 불과했다.

단지에 비해 경비실 수가 적은 곳은 대부분 설치돼 있었지만 단지마다 경비실이 붙어있는 곳은 설치율이 저조했다.

6일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제주시내 한 아파트 단지 경비실은 3.3~6.6㎡(1~2평) 남짓 되는 좁은 공간에 각종 통신기기들이 뿜어내는 열기까지 더해지며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아파트 경비원 대다수는 폭염에 취약한 고령이다. 

선풍기가 있기는 하지만 뜨거운 바람이 나와 무더위를 식히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한 아파트 단지내 경비원 안모씨(72)는 "더운 여름을 보내는 것도 한두 해 겪는 일이 아니"라며 "에어컨 설치를 위해 아파트주민회의도 여러 차례 열렸지만 처음에는 건물 노후로 전력이 약해서 미뤄지고 이후에는 공동전기비 등이 부담된다는 주민 반대로 결렬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아파트 경비원 고모씨(68)는 "최근 지어진 아파트들은 대부분 설치가 돼있는 것 같지만 오래된 아파트일수록 상황이 좋지 않은 것 같다"며 "더워서 문을 열어놓으면 모기에 뜯기기 일쑤다. 월급을 받고 일하는 입장에서는 힘들지만 버틸 수밖에 더 있느냐"고 말했다.

냉·난방기가 설치된 아파트 경비실도 상황은 비슷했다.

아파트 경비원 장모씨(69)는 "입주 당시부터 냉·난방기가 설치돼 있었지만 좁은 곳에 에어컨을 왜 틀어 놓느냐는 주민들의 항의가 여러 번 들어왔었다"며 "이후 눈치도 보이고 괜히 마음도 상해 더울 때에는 바깥 공기를 한 번씩 쐬는 것으로 버틴다"고 말했다.

이처럼 일부 아파트 경비실 근로자들이 냉방기 없이 폭염에 노출되고 있는 만큼 사고예방을 위한 관계당국과 지역주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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