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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담론] 제주 갈등관리, 공론화 어떻게 할 것인가김상명 제주국제대학교 법경찰행정학부 교수 / 논설위원
김상명
입력 2019-08-06 (화) 18:43:20 | 승인 2019-08-06 (화) 19:10:06 | 최종수정 2019-08-06 (화) 19:10:06

현대 사회에서 사회적 갈등은 불가피한 현상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는 OECD 29개국 중 '사회갈등지수'는 9위로 아주 높지만 '사회갈등관리지수'는 27위로 바닥 수준에 머물러 있다. 우리는 민주주의의 급격한 발전에도 불구하고 한국적 민주주의가 성숙해 가는 이면에서는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만 가고 있다. 그 갈등은 반드시 사회적 비용을 수반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1인당 GDP의 약 27%를 사회적 갈등비용으로 지출한다. 갈등비용은 연간 최대 246조원 규모로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가, 1인당 약 900만원씩 지불하는 셈이다. 우리 사회에 고착화된 갈등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국민의 삶의 질도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이다. 갈등의 조정자로서 정부만이 아니라 제주도정과 도의회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강조되는 시점이다.

최근 정부는 지난 정부에서 묵혀두었던 공공갈등을 표면으로 꺼내 들었다. 그건 바로 탈원전과 대학입시이다. 첫 번째 시험은 신고리 5·6호기 재개 문제를 공론화에 부치겠다고 했을 때만 해도 반신반의하는 사회적 분위기였다. 전문가들도 합의를 보지 못한 문제를 비전문가인 시민들이 판단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컸다. 물론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도 없지 않았다. 

그런데 처음 걱정과 달리 숙의민주주의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우세했다. 이로부터 성숙한 국민의식에 거는 기대도 커졌다. 두 번째 시험도 상당한 논란을 키웠다. 공론화위원회의 대입제도 개편안에 대하여 여론이 뜨거웠다. 첫 번째 시험과는 달리 사실상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하고 현행 유지에 그쳤다는 비판론이 우세했다. 그러면 제주 첫 시험대인 제주영리병원의 공론화는 어떠했을까. 제주도정은 지난해 200명의 도민참여단을 구성해 찬반 토론을 진행하는 등 숙의공론화의 장을 만들었다. 공론화위원회는 다양한 의견의 반영과 토론회에 이어 불허권고안을 제주도에 제시했다.

하지만 제주도는 위원회의 권고를 존중해야 하는 당위성은 인정하면서도 행정의 신뢰성과 대외신인도, 그리고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 회복을 고려했다는 명분으로 내국인만 제외한다는 조건부 허가를 했다. 이에 반대 운동본부는 도지사 퇴진운동까지 벌였고, 녹지그룹 역시 소송으로 저항했다.

결국 제주도는 영리법원의 개설을 취소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개설허가는 취소됐지만 이로 인한 제주도와 녹지그룹 간 소송전으로 번지면서 도정에 대한 정치적 책임론마저 불거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초 제주 공론화위원회의 역할은 컸다. 영리병원에 대한 도민사회의 갈등이 일단 수면 아래로 잠복했기에 말이다. 도민사회에 유용한 학습이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참여정부는 갈등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그 당시 제출했지만 17대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됐고, 정부는 지금까지 대통령령인 갈등관리규정을 만들어 규율해 오고 있다. 그렇지만 지방자치단체의 갈등관리에 대해선 임의규정을 두고 있어 현재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제주도를 비롯한 4개 단체는 갈등관리조례를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제주 사회협약위원회는 도민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거나 도민 간의 이해 상충으로 과도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공공정책에 대하여 사전 갈등영향분석을 시행할 것을 도지사에게 요청할 수 있다는 훈시규정을 두고 있을 뿐이다. 이 규정이 제주영리병원 공론화추진위원회 설치 근거가 되었다.

갈등관리는 정부가 표방하는 포용국가를 위해 필요한 전략 중의 하나이다. 중요한 국책사업이 언더도그마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효율적 갈등관리를 위해 지사의 책무, 갈등의 진단과 평가, 갈등치유 등이 포함된 조례 제정을 통해 공론화에 기여할 수 있는 도의회의 적극적 노력을 기대해 본다.

 


김상명  webmaster@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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