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희 논설위원

제주 앞바다에 동북아시아 최대 규모의 여객항만이 들어선다. 정부는 지난 1일 제주신항을 포함한 제2차 신항만 건설 기본계획을 확정하고 2일 지정고시했다. 오는 2040년까지 전국 12개 신항만 중장기 개발계획을 담은 기본계획에는 제주신항과 함께 동해신항이 신규로 반영된 것과 함께 부산신항 등 기존 10곳이 포함됐다.

신항만 건설은 지역의 숙원사업으로 제주도가 2015년부터 추진해왔다. 11개 부두에 25개 선석을 갖춘 제주항이 포화되면서 크루즈 산업은 물론 여객 수요와 화물 처리에 어려움을 겪게 된데 따른다. 2017년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제주지역 공약으로 선정되면서 힘을 얻었지만 기획재정부 반대 등으로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이번 기본계획 고시로 탄력을 받게 된 신항만 개발 사업은 제주시 삼도동, 건입동, 용담동 원도심 일대 해상에 총 2조8662억원을 투입해 초대형 크루즈 부두를 건설하게 된다. 오는 2040년까지 1·2단계 사업으로 진행되고, 재원은 국비 1조8245억원과 민간자본 1조417억원으로 짜여졌다.

이 가운데 전액 국비로 진행되는 1차 사업은 오는 2023년 착공해 2030년까지 인프라 시설이 구축된다. 방파제·호안 외곽시설 4.9㎞, 15만~22만t급을 포함한 크루즈 4선석과 여객선 9선석 등 접안시설이 들어선다. 또 해상 128만3000㎡가 배후부지로 매립된다.

제주도가 신항 건설에 거는 기대는 자못 크다. 제주신항 사업은 초대형 크루즈와 여객부두 일원화를 통해 연간 400만명의 관광객을 수용하는 해양관광 허브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한다.
제주도는 제주신항이 완공되면 직접 경제효과 외에 항만의 글로벌 경쟁력 향상은 물론 원도심 활성화와 국제크루즈 거점항만을 통한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직접적 경제효과로는 6조768억원 규모의 생산유발 효과와 4조9666억원 규모의 부가가치 유발효과, 2만9158명의 취업 유발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제주신항 건설사업이 정부계획에 반영되면서 본격화됐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재원 확보다. 
1단계 기반시설 건설을 위해서는 1조8245억원의 국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 예산권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는 최근까지도 사업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해왔다. 제주신항 개발사업이 원활히 추진되기 위해서는 국비 확보를 위한 중앙절충력 강화가 절실하다. 민간자본 1조417억원이 투입되는 2단계 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대규모 민간투자 유치가 안되면 사업 자체가 좌초될 수도 있다. 대규모 매립에 따른 환경훼손과 어장피해, 월파피해 등도 우려되는 문제다. 

제주신항 개발은 항만부지 45만㎡, 배후부지 82만2000㎡ 등 128만3000㎡를 매립하게 된다. 1988년부터 1991년까지 진행된 탑동 해안 매립지 면적 16만4252㎡보다 무려 8배 이상에 달한다. 당시 탑동 매립을 반대하며 지역사회가 엄청난 갈등에 휩싸였음은 말할 것도 없다.
환경훼손 최소화와 어장피해 보상 등의 후속대책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다시 제주신항 건설을 둘러싼 찬·반 갈등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1일 성명을 내고 "제주신항 계획은 30년 전 실패한 탑동 매립의 전철을 다시 밟는 것"이라며 "대규모 환경파괴를 불러오는 전형적인 토건사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제주신항은 해양관광 허브로서 제주의 새로운 발전동력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로 인해 도민사회가 서로 대립·분열하고 갈등을 초래해서는 안된다. 과거 탑동 매립부터 강정 해군기지, 그리고 최근의 제2공항 등에서 보듯이 도민 합의가 부족하면 큰 생채기만 남을 뿐이다. 신항 사업의 효과에만 급급하기보다 충분한 논의를 거쳐 도민 공감대를 형성하는 공론화 절차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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