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일본 경제산업성이 한국을 수출관리 상의 일반포괄허가 대상인 이른바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공포한 가운데, 도쿄 도라노몬 국립인쇄국 벽면에 내걸린 관보 앞을 행인이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개별허가 추가 지정 안했지만 '캐치올'로 통제 여지
3개 품목 개별허가 의무화…해외지사 우회수입 가능

일본이 7일 발표한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시행세칙에서 가장 우려했던 개별허가 품목 추가 지정은 하지 않음에 따라 한일 경제전쟁도 일단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전략물자는 물론 비전략물자도 여전히 '캐치올'(Catch all) 제도를 이용해 대(對)한국 수출을 막을 가능성이 남아있어 양국 간 갈등이 잦아들지 확전으로 비화할지는 오는 28일 시행일 이후를 지켜봐야 한다.

8일 양국 정부와 전략물자관리원 등에 따르면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이 7일 공포됨에 따라 오는 28일부터 한국은 백색국가에서 일반국가로 전환된다.

일반국가가 되면 전략물자 비민감품목은 일반포괄허가에서 개별허가 또는 특별일반포괄허가 대상으로 바뀐다.

특별일반포괄허가는 허가 자격이 있는 기업이 일본 모든 기업에서 일본 정부가 인증한 자율준수(ICP·Internal Compliance Program) 기업으로 바뀐다는 점만 빼면 기존 일반포괄허가와 사실상 같다.

이와 달리 개별허가는 3년간 인정해주는 허가 유효기간이 6개월로 바뀌고 신청방법도 전자신청에서 우편, 방문신청을 요구할 수 있다.

 

특히 개별허가 품목으로 지정된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는 이전처럼 경제산업성 지역사무소가 아니라 본성에서만 신청이 가능하다.

이들 3개 품목을 일본의 해외지사에서 수입하면 해당 국가의 전략물자 법령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일본의 규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

하지만 일본 본사의 정책에 따라 해외지사가 수출을 거절할 수 있고, 이를 피한다고 최종사용자를 속이고 제3국을 경유해 수입했다가 추후 사실이 밝혀지면 국제사회의 '우려거래자'에 등재돼 아예 수출입이 어려워질 수 있다.

신청서류의 경우 일반포괄허가나 특별일반포괄허가는 2종 뿐이지만 개별허가는 3종, 3개 품목은 7종 이상으로 대폭 늘어난다.

일본 정부는 자국 기업들에 "한국으로의 수출 가운데 우회수출과 목적외 전용 등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대처하겠다"며 "최종수요자와 최종용도 등 확인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주문했다.

한국 기업이 일반포괄허가와 같은 혜택을 받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ICP기업과의 거래를 트는 것이다.

일본 기업은 자율준수프로그램(CP) 등록을 희망할 경우 수출 관리를 위한 내부규정을 마련해 경제산업성에 신고하게 된다. 그러면 일본 경제산업성이 심사해 내용이 적절할 경우 수출 관리 내부규정 수리표와 자율관리체크리스트를 발행한다.

수리표를 받은 기업은 매년 7월 수출자 개요와 자율관리 체크리스트를 제출하고, 경제산업성이 이를 심사해 수리표를 재발행한다.


 

현재 일본의 ICP 기업은 1천300여개이며 이중 경제산업성 홈페이지에 공개된 기업은 632개이다.

비전략물자는 우려 용도로 수출된 것임을 수출자가 아는 경우 또는 정부에서 이런 취지로 허가가 필요함을 수출자에게 통보한 경우 캐치올 통제에 따라 개별허가를 받아야 한다.

한국이 28일 백색국가에서 빠지게 되면 일본 기업은 캐치올 허가를 신청할지 판단해야 한다.

이때 일본 수출기업은 한국 기업에 품목, 수입자, 거래, 사용용도 등에 대한 정보를 요청할 수 있고, 한국기업은 해당 품목이 대량살상무기(WMD)나 재래식 무기와 무관하다는 점을 성실하고 명확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지난달 4일 개별허가로 전환된 반도체 소재 3개 품목과 달리 일본 정부의 조치 적용 대상이 특정되지 않아 기업 입장에서는 오히려 불확실성이 더 커진 셈이다.

정부가 일본 수출규제 관련 기업 지원을 위해 개설한 '일본규제 바로알기' 홈페이지에는 5일새 80여건의 질문이 쏟아졌는데 대부분 자사 제품이 통제 대상이 되는지 여부에 관한 것이었다.

전략물자관리원은 "일단 일본의 수출자에게 직접 전략물자 내지 캐치올 해당 여부를 확인하거나 공개된 일본의 통제리스트를 통해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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