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제주국제관악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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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콜로라도주 로키산맥 해발 2400m에 위치한 도시 아스펜. 주민 6000명이 사는 폐광촌 아스펜은 이제 매년 1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세계적 음악명소이자 관광휴양지가 됐다. 바로 아스펜음악제와 음악학교(Aspen Music Festival and School) 덕분이다. 아스펜음악제는 1949년 7월 시카고의 기업가 부부가 괴테 탄생 200주년 기념회를 개최한 데서 비롯됐다. 당시 알베르트 슈바이처, 피아니스트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을 비롯한 각계 인사들을 초청해 강의, 학술 토론회, 콘서트를 진행했다. 이후 60여년이 흐르는 동안 아스펜음악제는 매년 여름 8주 동안 320개의 행사가 진행되는 세계적인 음악축제로 자리잡았다. 음악제 관련 수입은 아스펜 경제의 40%를 차지한다. 축제기간 매일 콘서트가 진행되고 저명한 음악가들이 지도하는 마스터 클래스가 열린다. 아스펜 음악학교는 매년 세계 40개국에서 전문 음악가를 꿈꾸는 600명의 학생들이 참여하는 음악 훈련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 열리는 대표적인 클래식 음악축제로는 평창대관령음악제가 있다. 올해 16회를 맞는 평창대관령음악제는 세계 최고의 연주자들이 펼치는 환상적인 연주를 즐길 수 있는 여름 음악축제다.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를 비롯한 강원도 전역에서 10여일간 메인 음악회, 교육 프로그램, 찾아가는 음악회 등이 진행된다.

제주에도 여름이면 특별한 음악축제가 열린다. '섬 그 바람의 울림'을 주제로 한 세계 관악인들의 축제인 제주국제관악제다. 

'바람의 섬' 제주와 관악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대자연이 빚어내는 생명의 에너지 바람(Wind)과 자연과 더불어 사는 지혜로운 인간의 숨결 관악(Wind Music)은 그 음이 같다. 제주해녀의 숨비소리 또한 사람의 숨결로 빚는 관악과 맞닿아 있다. 천혜의 대자연과 독창적인 제주문화, 사람의 숨결로 빚어내는 관악을 함께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음악축제가 제주국제관악제다.

제주 관악은 한국전쟁의 폐허속에서 어려운 역경을 극복하며 꽃을 피웠다. 음악은 도민들에게 전쟁의 아픔을 이겨내고 재기의 힘을 불어넣었다. 평화의 섬 제주에서 세계 관악인들이 연주하는 아름다운 선율은 언어와 문화, 종교, 국경을 넘어서는 평화의 울림이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국제관악제조직위원회(위원장 현을생)가 공동주최하는 제24회 제주국제관악제와 제14회 제주국제관악콩쿠르가 지난 8일 개막 공연을 시작으로 오는 16일까지 도 전역에서 펼쳐진다. 올해 관악제에는 전 세계 25개국에서 79개팀, 4200여명의 아티스트들이 참가해 제주를 금빛 관악의 선율로 물들인다. 

올해 관악제 테마는 관악연주의 질적 향상, 제주문화와의 융합, 평화교류다. 이번 관악제에는 예술감독인 스티븐 미드(유포니움)를 비롯해 세계 3대 트럼펫 연주자로 꼽히는 세르게이 나카라이코프, 노부아키 후쿠가와(호른), 조성호(클라리넷) 등이 최정상급 연주 실력을 선보인다.

또 해녀와 함께하는 관악제가 9일 도두마을 공연장을 비롯해 고산리해녀공연장, 대평리난드르해녀공연장, 성산포일출공연장에서 펼쳐진다. 제주문화를 대표하는 해녀들과 국내·외 관악팀이 만드는 흥겨운 무대가 관객들을 기다린다.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관악의 섬을 만들기 위한 우리동네관악제도 있다. 관악 연주자들이 탐라교육원, 제주항공우주박물관, 협재리 돌빛나예술학교 동굴무대, 자동차박물관 사슴공원, 어영소공원 등 도내 곳곳을 찾아가 멋진 연주를 선사할 예정이다. 

관악제의 백미는 오는 15일 펼쳐지는 시가퍼레이드와 광복절 경축음악회다. 

제주국제관악제가 특별한 것은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세대를 아우르고 예술성과 대중성, 전문성을 고루 갖추고 있어 음악인부터 일반 대중까지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요즘 전문 공연장을 비롯해 거리에서 해변, 포구, 동굴에서 펼쳐지는 공연들은 한여름의 무더위를 날려버리기에 충분할 것이다. 김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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