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조각가협회(회장 강시권) 열 세 번째 정기전이 오는 15일부터 20일까지 제주도문예회관 전시실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회는 세상의 변화만큼이나 제주조각가들의 작품 변화도 읽을 수 있다. 강민석의 ‘흔적’, 김형찬의 ‘조령(鳥靈)’, 박기호의 ‘문자없는 키보드’ 등은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잊혀져 가는 우리의 문화를 복원하고, 과거와 나를 둘러보자는 강한 메시지가 담겨있다. 

 석고를 재료로 화석 이미지를 형상화한 강민석의 ‘흔적’은 화석의 고체화된 흔적을 통해 과거의 생명체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암시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고, 제주석과 청동을 재료로 한 김형찬의 ‘조령’은 신과 인간의 중개자 역할을 하는 까마귀를 통해 잊혀져 가는 제주의 신화를 복원하고, 사라지는 우리문화가 다시 꽃필 수 있길 기원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박기호의 ‘문자없는 키보드’는 모든 지식 문명의 총화인 키보드 글자를 지움으로써 문명의 이기로 점차 경직돼 가는 현대생활을 고발하고 인간미가 살아있는 과거의 삶과 문화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글자를 지운 낡은 키보드로 상징화해 보여준다.

 박금옥의 ‘2002 여름’은 점차 케이블화 하는 미래사회를 조형화 한 작품으로 건축적인 이미지를 조형화 했는데 집 전체를 조형화 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작품이다.

 이밖에 강승권의 ‘力’, 강시권의 ‘해빙시대’, 김혜숙의 ‘연가’, 김정은의 ‘꿈속 나비를 보다Ⅱ’, 성창학의 ‘아르망 따라잡기’, 송재경의 ‘어떤 친구’ 등 회원 14명의 최근 작품 경향을 엿볼 수 있다.

 이 전시회에는 명예회원인 원로조각가 문기선씨의 작품 ‘02-V’도 눈에 띈다. 스테인리스를 재료로 해 용이 여의주를 물고 있는 형상을 단순하게 조형한 ‘02-V’은 문씨의 이전의 작품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전해준다. 작가는 “제주조각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후배들이 보고 느낄 수 있도록 색다른 기법의 작품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전시개막 15일 오후 6시. 문의=754-5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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