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열 경남대학교 교수 / 한국교육학회장·논설위원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이 정부의 교육정책 결정 과정에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미친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이 국정 운영 전반에 걸쳐 최고 책임을 지는 대통령제 국가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교육정책 의제 설정뿐만 아니라, 교육정책 과정 전반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교육부 장관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의 공약을 근거로 교육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한다.

이렇게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과 교육부 장관이 여전히 강력한 교육정책 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우리의 교육정책 과정은 몇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하나는 많은 국민이 대통령과 관료 중심의 교육정책 결정 과정에서 교육에 대한 국민의 분화되고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할 기회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교육정책은 장기적 관점에서 미래를 내다보고 결정되어야 하는데, 정권의 교체에 따라 주기적으로 바뀐다는 점이다. 

한국인들은 교육을 백년지대계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국민은 한편으로는 정권교체로 인한 교육정책의 변화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교육정책의 지속성과 안정성의 약화를 비판하고 있다. 

지난 2017년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거의 모든 대통령 후보들이 이러한 주장과 비판을 받아들여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현 여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 근거하여 국회교육위원회 설치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지금 국회에서 심의를 기다리고 있는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에 관한 법률안에 의하면, 국가교육위원회는 특정 정권을 초월하여 장기적 관점에서 일관성과 안정성을 가진 교육정책을 사회적 합의에 근거하여 결정하기 위한 제도이다. 

법률안에 의하면, 국가교육위원회는 교육정책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독립적 행정위원회로서 지위를 가진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사회적 합의를 기반으로 한 교육정책을 결정하는 것을 전제로 위원 구성에서 사회 각계의 참여를 보장한다. 국가교육위원회 위원들은 위원회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당에 가입할 수 없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사회적 합의에 바탕을 둔 미래 교육 비전과 방향을 제시하는 사회적 협치 기구로 합의제로 운영된다. 국가교육위원회는 10년 단위 국가교육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 등이 제대로 집행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기능을 수행할 예정이다. 

그리고 국가 인적자원정책, 학제·교원·대학입학 전형정책의 장기적 방향을 수립하고,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기능 등을 수행할 것으로 설정되고 있다. 그런데 국가교육위원회 법률이 몇 가지 이유에서 올해 안에 제정될지 확실하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선, 국가교육위원회가 대통령으로부터 독립적일 수 있는지에 대하여 의견이 분분하다. 대통령 책임제에서 대통령의 의사와 무관한 교육정책을 결정하는 것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또한, 국가교육위원회가 교육부와 기능이 분리되지 않고 중복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가교육위원회를 구성하는 위원들의 자격과 지명하는 주체에 대해서도 사회적 합의와 정치적 중립성의 관점에서 여당과 야당 간에 이견이 존재하고 있다.

특히, 야당에서는 대통령이 지명하는 위원 수에 대하여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국가교육위원회에서 사회적 합의에 기반을 둔 교육정책에 대한 결정이 쉽지 않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왜냐하면, 지난 2018년에 있었던 대입공론화과정에서 드러났듯이 교육정책을 둘러싸고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갈등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이러한 이견(異見)들이 국회 심의과정에서 해소되어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믿음에 걸맞은 교육정책을 결정하는 제도가 마련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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