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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주년 광복절] "해방이 되었으니 이 어찌 통쾌하지 아니한가!"
고 미 기자
입력 2019-08-14 (수) 16:30:57 | 승인 2019-08-14 (수) 16:42:53 | 최종수정 2019-08-15 (수) 11:23:04
대정초등학교 대한민족해방기념비

"해방 조국서 졸업" 1945년 대정초 34회 졸업생 주도 '대한민족해방기념비'
혼란기 힘든 시기 속 5년 걸쳐 모금…황국신민화 상징 봉안전 자리에 세워
제주 근·현대사 흐름 속 민간 차원서 일제 흔적 지우고 세운 전국 유일 사례


"한말 36년간의 굴욕은 일찌기 반만년 역사에 없었던 일이다. 그래서 우리 민족은 조국 광복을 위하여 항일 운동을 그치지 않고 해내외에서 수많은 의사와 열사의 그 장한 순국과 위국충절은 천추에 빛났다.

그 결과 1945년 8월 15일 태평양전쟁에서 연합국에게 일본은 항복하고 우리 민족은 왜놈의 굴레에서 드디어 해방이 되었으니 이 어찌 통쾌하지 아니한가! 우리들은 이 기쁨을 이기지 못하여 이 비를 세워 이 민족의 해방을 기념하는 바이다"

대정초등학교

대정초등학교 정문을 들어서 오른쪽에 70년 가까이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비가 있다. 제주 근현대사를 함께 한 공간에서 묵직하게 중심을 잡고 있는 '대한민족해방기념비(大韓民族解放記念碑, 높이 171㎝·전면 폭 56㎝·측면 폭 34㎝)'다.

"겪어보지 않으면 그 걸 어떻게 알아" 이창백 옹(92·대정초 34회 졸업)의 짧은 말에는 해방이란 단어가 던진, 그날의 가슴 벅참이 함축돼 있다.

대한민족해방기념비의 시작은 1945년 당시 대정국민학교를 졸업한 34회 졸업생들이다. 제주 삼도리 출신 김영택 교사(1916~1948)가 가르치던 반 학생들이 일본에서 벗어나 해방된 조국에서 졸업하게 된 기쁨을 나누기 위해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졸업 후 1년여 성금을 모았지만 해방 직후 혼란기에 어린 학생들이 돈을 벌 수 있는 일은 없었다. 허순칠 전 농협 도지부장(89·대정초 36회)은 "수업이 끝나면 무조건 집안일을 도와야 했다. 먹고살기도 힘들었던 때"라고 당시를 기억했다. 34회에 이어 36회, 그리고 38회 졸업생 중 뜻을 같이한 이들이 마음을 모아 1950년 뜻을 이뤘다.
 

대정초등학교의 전신은 1908년 개교한 사립 한일학교(漢一學校)다. 한해 앞서 1907년 제주북초등학교가 관립으로 문을 열었고, 다음해인 1909년 정의공립보통학교(현 표선초등학교)가 들어섰다.

주변에 모슬포 알뜨르비행장 격납고, 셋알오름 고사포 진지, 이교동 일제 군사시설, 송악산 진지동굴 등 태평양전쟁(1941~1945년)과 관련한 국가지정 등록문화재만도 8개나 되고 또 섯알오름 학살터를 비롯한 4·3유적지와 6·25전쟁 당시 설치된 옛 육군제1훈련소·강병대교회·해병훈련시설지 등이 들어설 만큼 역사적 고초를 겪었다.

이런 가운데서도 흐트러짐 없이 자리를 지킨 것도 대단한 일이지만, 기념비가 일제 강점기 황국신민화 정책 일환으로 동방요배를 강요했던 봉안전 자리에 세워졌다는 점은 특별하다. 광복 후 정부 주도로 일본 지배 흔적을 없애기 위한 작업이 추진됐지만 이 곳 만큼은 민간, 그것도 학생 주도로 봉안전 철거와 기념비를 세우는 전국에서도 유래 없는 일이 현실이 됐다. 이 사실은 지난 2010년 고 허관수 대정읍지편찬위원회 자문위원의 확인으로 대정읍지에 수록되면서야 알려졌다.

대정공립국민학교 36회 졸업 기념사진

이미 오랜 시간이 흘러 34회 졸업생 중 생존해 있는 분은 이 옹 외에 두 세명에 불과하다. 기억도 많이 희미해졌다. 36회와 38회 졸업생들도 직접 참여했던 경우가 아니면 기념비의 존재만 어슴프레 떠올렸다.

양신하 대정역사문화연구회 회장(81)은 "국민학교에 입학하던 해 해방이 됐다. 일본 이름을 쓰고 일본어로 수업을 받았었는데 이제는 우리말을 해도 된다고 기뻐했던 일이 생각난다"며 "'민족'이란 단어를 썼을 만큼 강한 의지와 끈끈한 연대가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최근 불붙은 일본불매운동도 이런 민족성에서 비롯된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고 미 기자  popm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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