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주년 광복절]

13일 오후 고 김계석 선생의 유족이 김계석 선생이 생전 인터뷰한 신문과 해녀 상패를 앞에 두고 김계석 선생의 항일 운동 공로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성독립유공자 11명 전체의 5.8% 불과…전국보다 훈격 낮아
김시숙·이경선·고순효·김계석 여성독립운동가 등 인정 못받아

제주 여성독립운동가들은 3·1운동, 학생운동, 해녀항일운동 등 국내·외에서 치열하게 항일투쟁을 했다. 하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제대로 이름을 남기지 못한 채 기억에서 잊혀지고 기록에서 사라져 아직까지 온전히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올해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광복 74주년을 맞아 그 어느 때보다 독립운동가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제주여성독립운동가들의 활동을 연구하고, 재평가하는 작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건국포장 가장 많아

제주도보훈청·광복회 제주도지부에 따르면 제주에서 항일운동으로 정부 포상을 받은 독립유공자는 이달 14일 기준 건국훈장 애국장 26명, 건국훈장 애족장 90명, 건국포장 29명, 대통령표창 44명 등 모두 189명이다.

이들 독립유공자 가운데 여성은 △고수선(1989~1989)·건국훈장 애족장(1990) △최정숙(1902~1977)·대통령표창(1993) △부춘화(1908~1995)·건국포장(2003) △김옥련(1907~2005)·건국포장(2003) △부덕량(1911~1939)·건국포장(2003) △탁명숙(1893~1972)·건국포장(2003) △이갑문(1913~)·건국포장(2018) △고연홍(1903~)·대통령표창(2019) △김진현(1911~2001)·대통령표창(2019) △강평국(1900~1933)·건국훈장 애족장(2019) △현호옥(1913~1986)·건국훈장 애족장(2019) 등 모두 11명이다.

제주 여성독립유공자는 전체 독립유공자의 5.8% 정도에 불과하다.

이들 훈격도 남성에 비해 낮은데다 전국보다 하향돼 독립장·애국장은 없고 애족장 3명, 건국포장 5명, 대통령 표창 3명으로 집계됐다.

1919년 3·1만세시위 당시 경성여고보의 학생시위를 주도하는 등 함께 항일운동을 한 고수선·강평국 독립유공자는 애족장을 추서받는 반면 최정숙 독립유공자는 대통령 표창을 받는데 그쳤다.

강혜선 광복회 제주도지부 사무국장은 "고수선 선생은 1980년 독립유공 대통령표창을 받은 이후 제주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다"며 "제주는 독립운동가들이 많은 편이지만 전국적으로 포상 비율이나 훈격이 낮다"고 말했다.

△항일운동 뒷받침 자료 부족

정부는 지난해 6월 여성·학생·의병에 관한 독립유공자 선정 기준을 완화해 '수형(옥고) 3개월 이상'이라는 기준 조항을 없애고 '독립운동 사실이 확인된 경우' 포상이 가능하도록 했다.

특히 여성은 당시 사회 구조상 관련 기록이 많지 않은 점을 감안해 일기, 회고록, 수기 등 직·간접 자료에 있는 독립운동 활동내용도 폭넓게 인정하기로 했다.

이같은 정부의 독립유공자 포상 기준 완화로 올해 들어서만 고연홍·김진현·강평국·현호옥 등 4명의 여성독립운동가가 정부 포상을 받았다.

하지만 아직도 여성독립운동가들에 대한 명예회복과 재조명 노력, 관련 연구는 미비한 실정이다.

일본 오사카에서 여공보호회·여공노동소비조합을 조직하고 신진회 활동을 통해 항일운동을 한 김시숙 독립운동가(1880~1933), 서울에서 항일 독서회를 창설해 일제에 저항한 이경선 독립운동가(1914~), 제주해녀항일운동을 이끈 5명의 해녀 중 김계석(1913~)·고순효(본명 고차동, 1915~) 해녀 등은 항일운동을 뒷받침할 자료나 유족이 없어 서훈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제주출신 독립운동가 500여명 중 정확한 여성 인원은 파악이 어려운데다 판결문, 수형기록 등 관련 자료 확보도 쉽지 않다.

가족이 아니면 제적증명을 할 수 없어 후손을 찾는 것은 물론 포상 신청에도 한계가 따르고 있다.

심옥주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소장은 "다양한 분야에서 항일운동을 한 제주 여성독립운동가들의 공적을 발굴하는 작업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며 "제주 전체 여성독립운동의 맥락을 잡고 그 여파를 주목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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