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스토리 / 서귀포고등학교 합창단 'G-Boys'

제14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전국고교합창경연대회 대상 쾌거
'뛰어난 실력' 아닌 '함께라는 믿음'으로 단기간에 눈부신 성장

"자, 집중하고 다같이 박자에 맞춰 불러볼까. 오늘따라 다들 잘하네" 
"선생님, 자신감이 붙었어요. 연습 한 시간만 더할래요"

서귀포고등학교 3층 음악실에서는 남학생들의 발성 연습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소리를 따라가보니 음악실 한 켠에 놓인 피아노 주위에 남학생들이 둘러서 있었다.

지도교사가 피아노 건반을 하나씩 두드릴 때마다 그 음에 맞춰 소리를 내고 있는 이들은 서귀포고등학교 합창단 'G-Boys'다.

2016년 3월 서귀포고 합창 동아리를 기반으로 창단된 G-Boys는 멋지고, 행복하고 위대한 소년(Good·Glee·Great Boys)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임정희 음악부장 교사(54)의 지도로 40명 정원으로 구성된 이들은 점심시간과 동아리 시간을 활용해 두 시간 가량 노래연습을 한다. 

이들은 창단 후 불과 넉달만에 지난 2016년 7월에 열린 제11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전국고교합창경연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이후 합창단의 실력이 전국적으로 알려지자 출연 요청이 쇄도해 한 달에 한 번 꼴로 출장 공연을 다니고 있다. 

합창단을 지도하는 임 교사는 예술고등학교도 아닌 일반계 고등학교의 합창 동아리가 단기간에 눈부신 성장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뛰어난 실력'이 아닌 '함께라는 믿음'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합창단원을 모집할 때 지원학생의 노래 실력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우리와 함께 할 수 있는지를 물어본다"며 "우리가 계속 함께 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진 학생들은 지도교사인 나 뿐만이 아니라 서로 호흡을 맞추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함께 노력하고 연습하며 마침내 멋진 공연을 사람들 앞에 선보였을 때 학생들은 '우리가 함께 해냈다'는 희열감과 자존감, 성취감을 더욱 크게 느낀다"며 "친구들과 함께하면서 행복해지려고 합창단에 들어오고 싶다는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동아리 소속 학생들 중에는 지친 삶의 위로를 얻기 위해 합창단을 찾은 학생들이 많다고 임 교사는 말했다.

합창단장을 맡고 있는 2학년 정준석군(18)은 "한 번은 첫 소절만 100번 정도 반복해서 연습할 때가 있어서 힘들었다"며 "하지만 어느 순간 음이 딱 맞춰지는 느낌이 들었고 소름이 돋을 만큼 좋았던 순간"이라고 회상했다. 

평소 노래를 좋아하는 정군은 처음엔 발성이 무엇인지도 몰라 애를 먹었지만 지금은 고음을 낼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이 좋다. 대회에서 입상을 하거나 공연을 마치고 사람들의 갈채를 받는 것이 기쁠 법도 하겠지만 정군에게는 친구들과 화음을 완성해낼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이처럼 '함께라는 믿음'을 가질 때가 행복한 G-Boys는 지난달 26일 연세대학교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제14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배 전국고교합창대회에서 대상의 영예를 안은 쾌거를 이룩했다. 

이번 수상은 지난 2016년 금상 수상에 이어 두 번째 출전 만에 대상 수상이라는 기염을 토해내는 괄목할만한 성과였다.

제주 대표로 무대에 오른 G-Boys는 김건모의 '스피드'와 정의송의 '흔들리며 피는 꽃'을 마법같은 하모니로 장식해냈다.

정군은 "단장이라는 역할을 맡아 친구들을 챙기고 동아리 운영을 돕다 보니 책임감이 생기고 포기하는 성격도 절로 사라졌다"며 "빠듯하게 움직이는 학교생활 속에서 연습을 했음에도 믿고 잘 따라와준 친구들에게 감사하다"고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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