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정치부장

제주도에는 내리막길이 오르막길처럼 보이는 신기한 현상으로 유명해진 도로가 있다. 공식명칭은 '신비의 도로'이며, 이전에 도민들은 주로 도깨비도로로 불렀다. 도깨비도로는 제주시 노형동과 서귀포시 하원동을 잇는 1100도로 가운데 제주시 노형동 제주도립미술관 남쪽에 위치해 있으며 860m 구간에 달한다.
 
도깨비도로는 내리막길에 세워둔 차량이 아래로 내려가지 않고 거꾸로 오르막길로 올라가면서 알려졌다. 이 도로의 유래에 대해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택시기사가 이곳에서 승객의 사진촬영을 위해 택시를 세웠는데 실수로 사이드브레이크를 잠그지 않아 차량이 흘렀고, 내리막이 아닌 오르막으로 움직인 것을 확인하면서 유명해졌다는 이야기가 가장 많이 돌고 있다.

도깨비도로가 유명해지자 많은 관광객들이 신비한 현상을 확인하기 위해 찾았고, 이 때문에 관광객 차량과 일반통행 차량이 뒤엉키고, 사람들이 도로 위에서 실험을 하면서 혼잡과 사고위험이 커졌다. 도깨비도로를 확장할 경우 착시현상이 사라질 우려가 있음에 따라 인근에 우회도로를 개설했다.

최근 상당수 차량이 통행을 위해 우회도로를 이용하지 않고 거리가 상대적으로 짧은 도깨비도로를 이용하면서 통행차량과 방문차량이 뒤엉키며 교통혼잡과 사고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경찰은 도깨비도로 860m 구간의 제한속도를 시속 50㎞에서 시속 30㎞로 하향조정했지만 과속이나 중앙선을 침범해 추월하는 차량이 많아 교통사고 위험이 높다고 판단, 도깨비도로가 시작하고 끝나는 지점 두 곳에 과속방지턱 설치를 제주시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착시현상이 주변 지형과 시설물의 변화로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과속방지턱 설치시 착시효과가 사라지거나 약화될 수도 있다. 또 과속방지턱이 설치됐다고 교통사고 예방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도깨비도로는 제주에서만 즐길 수 있는 곳이기에 관광지로서 가치가 크다. 이 때문에 도민들이 이곳을 통행도로가 아닌 관광지로 인식하고, 가급적 우회도로를 이용해야 한다. 도깨비도로로 통행할 경우에는 속도를 줄이고 안전운전에 신경써주는 이해심을 발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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