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차상 제주한라대학교 교수·논설위원

지난달에 호주와 뉴질랜드를 방문했다.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는 상징적인 브랜드로서 우리가 꼭 가보고 싶은 곳으로 개발과 보전을 조화롭게 한 곳이었다. 오페라하우스를 개발하면서도 과거의 영국인들이 초기 살았던 터전을 현대와 잘 조화시킨 곳이었다.

뉴질랜드는 원주민인 마오리족들의 복지제도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수단으로 잘 정착시키고 있었다. 특히 와이카토 지역의 와이토모 동굴(Waitomo Cave)은 개똥벌레의 일종인 글로우웜(Glow Worm)이 서식하고 있는 동굴로 냇물이 흐르고 있어서 배를 타고 컴컴한 동굴에서 이 벌레를 보면 밤하늘의 은하수를 보는 듯했다. 이러한 자연이 훼손되면 안되기 때문에 자연을 잘 보존하고 있었다. 이곳을 마오리족이 관리해 소득을 보장하는 복지제도는 자연보존을 하면서 사회적으로 열악한 처지에 있는 마오리족의 삶을 보장하고 있었다. 이를 고마워하는 원주민은 다양한 복지제도를 창시한 초대 총독을 넓은 공원에 동상을 세워 기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제주의 미래 복지를 상상했다.

미래학자들이 제시하는 미래 핵심역량 중 하나는 상상력, 달리 표현하면 창의력이다. 스티브 잡스에 의하면 창의력은 점과 점을 연결하는 능력이라고 한다. '내 것'과 '남의 것'을 연결하여 '우리의 것'으로 확장해 나가는 능력인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한·일간의 정치적·경제적 갈등은 시대를 거꾸로 가는 형국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일본과 단교 수준에 와 있고, 북한은 연일 남한에 미사일을 쏘아대고 있으며, 미국은 '북한 미사일은 한국을 겨냥한 것이어서 미국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한다. 중국과 러시아는 한국의 영공을 휘젓고 다니고 있어서 내일을 예측하기 힘든 작금의 상황이다.

그래도 나는 제주의 복지가 이렇게 되면 좋겠다는 상상을 해 본다. 청정제주의 이미지가 가득한 제주에 케어 팜(Care Farm), 우리 말로 돌봄 농장이란 뜻으로 복지시설에서 여생을 보내야 하는 노인들이 자기 집에 있는 것처럼 농사를 짓고, 요리를 해서 자급자족하고 있다. 개인이 부담하는 이용료는 한달에 2만원, 나머지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지원한다. 이러한 형태의 케어팜이 네덜란드에는 1000곳이 넘는다.

내가 살고 있는 이 땅 제주에는 국가의 위기 상황 가운데에도 오페라하우스같이 아름답게 개발되는 곳이 지속적으로 있으면서도, 와이토모 동굴처럼 일정한 곳은 철저하게 자연을 보존하면서 제주의 주민들의 삶의 질이 지속적으로 향상되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상상한다. 

정부가 지원하고 지역사회가 지혜를 하나로 모아 취약한 계층들이 '내 삶의 주인은 나'라고 하는 생각이 들도록 하는 환경에서 독립적인 삶을 살도록 하는 농장과 복지시설이 많아서 세계 각국에서 제주를 구경하러 오는 사람이 증가해 관광과 교육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제주를 상상한다.

가치는 어떤 행동이 좋고 나쁘며, 바람직하고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바람직스러움의 기준'이 된다. 
윤리는 행동하는 가치로서, 가치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행동지침이다. 우리는 삶의 현장에서 매일같이 윤리적 선택의 순간에 접할 수 있다. 위기와 기회, 선진국과 후진국의 삶의 모습, 복지와 비복지, 개발과 보존, 이러한 윤리적 딜레마에서 바람직한 가치 선택은 제주도민의 삶의 질에 결정적이다.

상상력은 마음의 근육이다. 근육을 강화해 신체 건강을 유지해야 하는 것처럼 우리 마음의 근육을 긍정적인 창의력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제주의 미래를 상상해 보자. 그리하면 제주의 미래는 우리가 말하는 대로, 꿈꾸는 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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