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close

제민일보

사이드바 열기
HOME 사설/칼럼 특별칼럼
[특별기고] 서(西)·제(濟)·운(雲)·수(樹)현행복 제주특별자치도 문화예술진흥원장
현행복
입력 2019-08-20 (화) 17:12:51 | 승인 2019-08-20 (화) 19:41:12 | 최종수정 2019-08-20 (화) 19:41:12

무용예술로써 서안(西安)과 제주(濟州)의 우정 어린 가교역할을 '서제운수(西濟雲樹)'라고 표현했다. 흔히 오래 떨어져 생활하는 친구 사이의 우정을 두고서 곧잘 '운수지회(雲樹之懷)'란 말이 쓰인다. 이 말은 본래 중국 당나라 때의 유명한 시인인 두보(杜甫)가 이백(李白)을 생각하면서 쓴 시 「봄날 이백을 생각함[春日憶李白]」에서 연유했다. 그러고보면 제주의 무용단이 중국 시안시 무용단과의 교류를 두고서 '시안의 나무[樹]와 제주의 구름[雲]'이라고 빗대어 표현할 만도 하지 않은가.

지난 10일, 동아시아 문화도시 방문 교류차 중국 시안시 한 극장에서 열린 제주도립무용단의 공연에 시안 시민들의 관심이 각별했다. 500석이 안 되는 객석을 가득 채웠고, 프로그램 상 공연 중간임에도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쏟아내곤 했다. 

공연 시작에 앞서 중국 시안시 부시장의 축하 인사말에 이어 한국 총영사의 환영의 격려사, 무용단 단장(문예진흥원장)의 소감을 담은 인사의 순으로 진행됐다.

"한국의 제주란 곳은,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한라산이 있어 예로부터 삼신산(三神山)중의 하나인 영주산(瀛洲山)으로도 명명됐을 뿐만 아니라,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환상의 섬으로 인식됐습니다. 급기야 진(秦)나라 시황제가 불로초를 구하려고 서복(徐福) 일행을 파견한 장소가 바로 우리 제주라고 하는 사실이 전설로 전해져오고 있기도 합니다"라고 강조하면서 "오늘 시안과 제주에서 활동하는 두 나라의 예술단 단원이 함께 모여 공동의 무대를 마련함은 소중한 인연을 쌓을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된 셈입니다"라고 나는 그 소감의 일단을 피력했다.

공연의 시작은 도립무용단이 준비한 '검은 돌(玄巖)'이란 제하의 현대무용이었는데, 화산섬 제주인의 강인한 정신을 반영한 춤이었다. 바로 이어서 하얀 소중기 차림에 테왁 망사리를 든 해녀춤의 춤사위가 펼쳐졌다. 한국 전통무용인 '태평성세', '아박무', '동래학춤' '강강술래' 등의 무대가 이어질 때마다 관중들은 절제미와 정제된 한국 궁중무용의 정수를 맛보는가 하면 강인함과 토속성이 베인 투박한 민속무용의 특장을 유감없이 감상할 기회를 만끽했다.

이에 비해 중국 시안 공연단이 마련한 순서는 악가무(樂歌舞) 종합 형식의 프로그램으로써 중국 소수민족의 다양한 춤사위와 노래, 그리고 고유한 악기 공연 등을 선보였다.

이날 가장 인상적인 일은 커튼콜 순서에서 일어났다. 중국을 대표하는 민요 '모리화(茉莉花)'가 불릴 동안 한국의 무용단 단원들이 등장하고, 한국을 대표하는 '아리랑'의 선율을 배경으로 중국의 예술단 단원들이 교대로 등장했다.

특별석이 마련된 자리에서 끝까지 공연을 감상한 시안시의 부시장께 나는 미리 준비한 한국의 부채 한 개를 선사했다. 더욱이 그 부채에 쓰인 글귀가 다름 아닌 '西濟雲樹(서제운수)'였다. 공연 내내 연신 부채질을 하면서 못내 좋아하는 눈치였다. 그러면서 공연이 모두 끝나자 내게 이런 말을 전하는 게 아닌가.

"지금까지 시안시를 방문했던 여느 한국 공연단의 공연물 가운데 오늘 공연이야말로 단연 압권이다"라고 하면서 기회가 된다면 시안시 무용단의 제주 방문 의사도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다음날 저녁 우리 일행은 모처럼 야외 특별공연이 펼쳐지는 여산 서북기슭에 위치한 온천지대인 화청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바로 당나라 현종과 양귀비의 사연인 백거이(白居易)의 '장한가(長恨歌)'란 사랑의 이야기로 대표되는 곳이다. 장대한 영상미와 뒷 배경의 산 하나 전체를 무대장치로 삼아 펼치면서 화려한 군무와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 등 중국예술의 현주소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과연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삼아 이런 공연을 펼친다고 한다면 그 장소는 어디이며, 그 소재는 또 어떤 것이라야 적합한 것일까. 새삼 과제 하나를 새로 얻고 돌아온 셈이 됐다.
 


현행복  webmaster@jemin.com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icon
"제민일보 네이버에서 본다"

도내 일간지 유일 뉴스스탠드 시행

My뉴스 설정방법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