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농산물 시장 개방으로 제주 채소산업이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세계 각국과의 FTA 발효 및 이행으로 국내 반입되는 농축산물의 관세가 철폐되거나 축소되면서 채소류 품목 수입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제주지역 채소 농가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제주연구원 고봉현 책임연구원의 'FTA 관세율 변화가 제주 채소류 등에 미치는 영향분석'연구발표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는 미국, 중국, 베트남, 싱가포르, 호주 등과 FTA 협정이 발효 중이다. 이들 국가로부터 농식품 수입량도 증가추세다. 특히 제주지역 7대 밭작물(당근, 양배추, 마늘, 양파, 무, 감자, 브로콜리) 채소류 수입량은 한·중 FTA 발효 이후 2016년 48만5600톤에서 2018년 50만9000톤으로 3년간 4.6%(2만3400톤) 늘어난 가운데 중국산 비중이 50% 이상에 달하고 있다.  

국내 농축산물 소비가 크게 늘지 않는 상황에서 이처럼 외국산 수입이 증가하게 되면 우리 농업이 타격을 입을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제주 1차산업에서 채소류 조수입은 감귤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하다. 그런데 도내 채소류 조수입은 2016년 6768억원에서 2017년 5414억원으로 25%(1354억원)나 감소했다. 게다가 FTA 체결국과의 관세가 단계적으로 철폐되고 있어 도내 밭작물 피해 역시 앞으로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제주 채소산업은 지금 풍전등화의 위기다. 풍작에는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하락하는 '풍년의 역설'에 시달리는데 또 흉작에는 농산물 수입으로 가격이 폭락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자식처럼 애써 키운 농산물이지만 이래저래 제값받기 힘든게 지금의 현실이다. FTA 발효 전후의 품목별 관세율 변화와 수급 등 영향 분석을 통해 제주 채소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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