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철 편집부 차장

서울시청 옆 한국프레스센터 앞마당에는 언론자유를 상징하는 조형물 '굽히지 않는 펜'이 있다.

전국 120여개 언론시민사회단체와 언론노동자, 시민 등 600여명이 추진위원으로 참여해 마련한 1억4000여만원의 기금으로 지난달 조성한 조형물이다. '굽히지 않는 펜'은 언론자유가 민주주의의 기반이자 시민사회의 가치임을 알리고, 지난 반세기 넘겨 언론자유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을 기리고 그 뜻을 이어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평화의 소녀상을 만든 김운성·김서경 작가가 조형물 제작을 맡았고, 언론 민주화를 위해 평생을 바친 청암 송건호 선생의 지론이었던 '역사 앞에 거짓된 글을 쓸 수 없다'는 문구를 새겼다.

지난달 16일 제막식과 함께 발표된 '굽히지 않는 펜' 취지문을 보면 언론자유조형물은 '자유언론에 대한 신념과 자부심을 기리는 동시에 미래를 위한 기념비'임을 밝히며 "언론이 민주적 가치와 민족적 정의로움, 조국의 평화 통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라는 시대적 역할을 다하자"고 강조했다.

국내 언론에서 실재하는 '굽히지 않는 펜'이자 해직 언론인의 상징이었던 고 이용마 MBC 기자가 21일 50세라는 아까운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2012년 MBC 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후 복막암 판정을 받고 투병하던 그는 최근 병세가 악화해 치료마저 거의 중단했다가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눈을 감았다.

고 이용마 기자는 1994년 MBC에 입사한 후 산림보전지역 내 호화가족묘지 고발 기사,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 감사 과정에 대한 밀착취재 등 전방위적인 취재 활동을 펼쳤고, 2012년 공정방송을 위한 170일 파업을 이끌었다가 사내 질서를 어지럽혔다는 이유로 그 해 3월 해고됐다.

그는 복막암 투병 중에도 2017년 서울광장에서 열린 파업콘서트에서 "언론이 질문을 못 하면 민주주의가 망하는 것"이라고 동료들을 격려하는 등 언론 민주화의 선봉장 역할을 자처했다.

'언론의 위기'라고들 우려하는 시대에서 언론의 민주적 가치와 정의, 약자에 대한 배려를 행동으로 실천한 고 이용마 기자의 삶은 더욱 빛을 발한다. 더불어 국내 언론인들의 자기반성과 초심을 향한 각오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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