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임신 중 태아의 기형 사실을 알고 눈앞이 캄캄한데 어디에 하소연하나요"

제주시 이도2동에 사는 결혼 3년차 이모씨(33·여) 부부는 임신 12주에 접어들며 실시한 기형 검사에서 태아가 다운중후군이란 사실을 알게됐다.

이씨는 "남 얘긴 줄만 알았지 막상 내가 겪으니 어떻게 해야 할 지 눈앞이 캄캄했지만, 마땅히 물어볼 곳이 없었다"며 "진단 후 아이를 낳으면 어떻게 관리하고 지원받을 수 있는지 알려주는 국가적 시스템도 갖춰져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도내 지적장애인과 관련해 많은 사건 사고도 접하고 더구나 맞벌이 생활로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병원비 등 아이에게 들어갈 비용을 생각하면 낳아서 키울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산모는 임신 초기에는 알지 못하고 12주 이후 쿼드 검사(태아 기형 검사)를 통해 태아의 기형 사실을 알게 되고 의사의 권유나 가족들의 포기로 낙태를 결정한다.

기존에는 낙태가 불법이었지만 올해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일치 결정이 나고, 기형 태아의 낙태를 인정하고 있지만, 여전히 불법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제주도에 따르면 도내 등록장애인 수는 지난 2016년 3만4338명, 2017년 3만5104명, 지난해 3만5840명 올해도 지난 5월말 기준 3만5982명으로 전체 제주도 인구에 5.39% 정도 육박하고 있다.

도내 많은 장애인들의 부모 또한 이와같은 현실에 부딪혔을 것이다. 

사회적으로는 "낙태는 나쁘다" "애를 가졌으면 낳아서 길러야지"라고 말하며 낙태 행위를 부정하지만, 국가나 행정은 현재까지도 기형 태아를 낳으면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아이에 대해 관리, 교육, 사회적 적응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체계적으로 알려주는 시스템 또한 마련하지 않고 있다.

이씨 부부는 "19주 전까지 낙태 여부를 정해야 해 많이 고민하고 있다"며 "기형 태아를 낳아 키우는 데 비난 받지 않고, 임신 중 태아의 기형 사실을 알고도 낳아서 키우려는 의지를 가진 부모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제도적 시스템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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