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형 제주연구원 / 중국연구센터장/ 논설위원

약 10여년 전 필자가 중국에서 유학하던 시절, 주변의 중국 친구들과 모임을 할때 한국식당을 찾곤 했다. 다른 외국 음식점도 많이 있었지만 당시 한국식당은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는 외국식당이었고, TV 등을 통해 친숙하게 접할 수 있는 음식이었다. 중국 친구들과 한국식당을 가서 갈비, 비빔밥 등에 대해 먹는 법을 설명하며 맛있게 먹던 모습에 나름 뿌듯해 했던 기억이 난다. 돌이켜 보면 당시 한국음식과 한국제품은 보다 쉽게, 보다 부담없이 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만큼 한국이라는 문화가 중국인들과 공존하고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또한 당시 중국친구들의 수입식품에 대한 소비는 높지 않았다. 물론 일부 소비자들의 해외 브랜드에 대한 소비는 높았고 수입식품 전문 코너도 있었겠지만, 일반적으로 백화점 혹은 대형마트 내 수입코너에서 과일, 음료수, 간식류, 편의식 등이 대부분이며, 비교적 비싼 가격으로 주변 중국 친구들 또한 수입식품을 소비하는 이는 많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소비 관념 변화, 생활 수준 개선 등에 따라 수입식품은 더 이상 사치의 상징이 아니며, 중국인의 일상생활에 녹아들어가고 있다. 

중국 수입식품 시장은 2018년 700억 달러를 돌파했고 지난 10년간 식품 수입은 연평균 17.7%에 달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중국 소비자들이 건강에 관심을 보이며 '건강' '무첨가' '소포장' '기능성' '수입' 등이 식품선택의 키워드가 되고 있고, 식품안전, 원재료 품질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젊은 층과 고소득층 소비자를 중심으로 수입식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중국 iResearch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수입식품 소비자 중 80.5%가 40세 이하의 젊은 세대이며, 67.3%의 소비자 거주 지역이 1선 도시와 2선 도시로 나타났다. 특히 자녀가 있는 3인가구의 경우 60%이상이 영유아, 유제품을 선호하고 4인이상 가족의 경우 약 41%가 회당 구매액이 3000위안(약 54만원)을 초과했다. 영유아를 가진 부모의 경우 이유식의 90%이상이 수입산 분유나 간식을 선호하고 있다. 

필자는 업무차 중국 출장 혹은 개인적인 일로 중국을 가게 되면 현지의 대중 마트와 고급 마트(수입품 전문 매장) 등을 꼭 방문하곤 하는데 최근 다양한 종류의 수입상품 수와 원산지 다양화에 놀라곤 한다. 상해의 A고급마켓의 경우 고급생수만 약 100여개 제품이 진열되어 있었고, 신선우유, 수입과일 등도 많은 종류가 진열되어 있다. 한국제품의 경우 최근 온라인상에 인기가 높은 매운맛의 볶음 라면과 신선 우유가 진열되어 있었지만 그 외 제품은 많지 않았다. 

최근 중국 내 수입식품은 눈에 띄게 종류와 수가 늘고 있지만 한국제품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왕홍 등 온라인 유통채널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고, 통관, 바이어, 매장 프로모션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오프라인 매장에서 볼 수 없다는 것은 그만큼 관심을 덜 가는 상품이지 않을까 한다.

예전 유학시절 필자와 한국음식을 접했던 친구들이 이제는 자녀를 가진 소비주체로써 식품소비를 견인하고 있다. 이들은 금액에 구애받지 않고 보다 안전해 보이는 제품, 특히 아이들의 경우 가격과 상관없이 맛과, 품질이 보증된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 정보화의 발달로 세계 각지의 먹거리가 소개되고 주변인들의 추천이나 온라인(필요시 해외기업 홈페이지까지 참조)을 통해 정보들을 습득하고 있으며, 다양한 해외의 먹거리를 즐기기 위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최근 제주는 스타상품 선정을 통해 중국시장을 진입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단순히 제주의 청정 환경을 내세운 슬로건 보다는 다른 제품과의 차별성과 품질을 강조할 수 있는 전략과 함께 소비계층과 유통채널 대상 세분화를 통한 중국 진출이 필요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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