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회 제주도미술대전에서 대상을 받은 (사진 왼쪽부터) 서예·문인화 부문 양문중 작가와 미술부문 최창훈 작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우종희 기자

도외 출품작가 늘어··· 전국 공모로 확대 기대
제45회 도미술대전 대상 최창훈-양문중 작가 수상
접수 작품 중 수상작품을 30% 내외로 질적 향상 꾀해

지난 7월 1일부터 8월 12일까지 공모했던 '2019년도 제45회 제주도미술대전'의 수상작품이 발표됐다.

서예·문인화대전 전체부문에선 한글서예로 양문중 작가의 '일백호의 영광'이 수상했고, 미술부문은 최창훈 작가의 '휴먼(HUMAN)'이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서예 부문 137명, 문인화 부문 47명 등 총 184명이 응모했다. 이는 지난해 178명이 접수한 것에 비해 조금 상승한 수치다.

미술 부문은 평면 47명, 입체 11명 등 총 58명이 접수해 지난해 59명과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이중 도외에서 12점이 접수됐다.

전체 접수는 1점이 줄었지만 도외 작품 접수는 지난해보다 조금 늘어난 수치다. 도외 작가 12점 중 3작품이 수상하기도 했다.

이는 제주도 미술대전이 전국 규모의 공모전으로 발전하고 있는 반증으로 보인다.

그러나 점차 작품의 유입이 떨어지고 있단 지적이 있다. 

이는 다른 기관·기업에서 공간지원, 창작금 지원 등 다양한 작가 지원 사업으로 작가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공모에 응모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도미술대전은 45년이란 세월의 무게감에서 다른 공모사업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전국적 공모로 탈바꿈하고 있지만 '지역 미술인들의 작가 등용문'이란 기존 역할을 유지할 장치 마련도 주문되고 있다. 

제주도를 기반으로 한 역사와 전통의 공모전에서 전국적인 공모전으로 탈바꿈시키고자 하지만 자칫 지역 미술인들이 소외된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도미술대전 시상식과 미술부문 전시 개막식이 제주도문예회관 제1전시실에서 함께 진행됐다. 오는 31일부터 서예부문 전시가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나만의 캔버스에 나만의 세계를 표현"
미술대상 최창훈(37)

"1차 통과 소식만 들어도 좋았는데 (대상까지 수상해)기분이 매우 좋다"

제45회 제주도미술대전 미술부문 대상을 받은 최창훈씨(37·제주시 내도동)는 제주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서 대학원을 다니다 5년 전 다시 내려와 활동하고 있다.

10여년 전 대학생 때 입선한 적이 있으나 대상을 받을 줄은 몰랐다며 기뻐했다.

최씨의 '휴먼(HUMAN)'은 캔버스가 아닌 나무 위에 그림을 그렸다. "언제나 캔버스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나만의 캔버스에 그리고자 했다"고 작품을 설명했다. 어릴 적 목재사였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나무로 캔버스를 만들게 됐다고 밝힌 최씨는 "휴먼을 시리즈로 기획했는데 첫 작품이다"며 작품을 소개했다. 개인적 이야기가 아닌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이야기를 처음으로 기획했는데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작품에 시대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최씨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사이에 있는 지금의 시대성을 고민해 내년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다. '휴먼'도 시리즈로 공개할 예정"이라며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마음에 드는 작품이 나올 때까지 전진할 것"
서예·문인화 대상 양문중(57)

"경험삼아 낸 작품이 대상을 받아 아직도 얼떨떨하다"

제45회 제주도미술대전 서예·문인화 부문 전체 대상을 수상한 한글서예 양문중(57·제주시 이도이동)는  제주공항에서 항공기 급유 일을 30년 째 하고 있는 이 시대 평범한 아버지다.

양씨는 실감나지 않는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서예는 2004년 현병찬 선생을 만나 배우게 됐다. 현제 제주한글서예사랑모임 회원이기도 한 양씨는 신승행의 시 '일백호의 영광'을 판본체로 썼다.

허리가 좋지 않아 보호대를 착용해 이번 공모에 응모한 양씨는 "아무래도 제주도미술대전이다 보니 제주 작가 시 위주로 선택했다"며 "시 내용이 힘듬을 떨쳐내고 일어서라는 내용으로 젊은이들에게 좋은 글이 될 것 같아 선택했다"고 말했다.

서예·문인화 부문은 1인당 2점까지 제출할 수 있지만 양씨는 한 작품만 제출했다.

"서예는 아직 멀었다. 지금까지 나 스스로 만족한 작품을 써본 적이 없다"며 "앞으로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을 쓸 때까지 전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변화된 공모전에 발맞춘 변화의 시작"
한국미술협회 제주지회장 강민석 회장

"도미술대전이 다양화된 다른 공모사업과 어떻게 차별성을 둘 수 있는지 고민했다"

2016년 제주예총에서 제주도미술대전 주최를 이관 받은 후 네 번째로 치러진 올해 제45회 제주도미술대전 공모전에 대해 강민석 ㈔한국미술협회 제주도지회장은 한 마디로 '수상관문이 좁아진 상향평준화'라고 말했다.

실제로 제주도에선 공간이나 예산 지원 등 갤러리·사기업·기관 별로 진행하는 다양한 공모가 많아졌다. 이들과 차별성을 두기 위해 강 회장은 상을 남발하기보다 전체 접수 작품 중 30% 내에서 수상작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작가 스스로 기준을 높여 작품의 질적 향상과 45년이란 시간이 주는 무게감으로 다른 공모전과 차별성을 두기 위한 것이다.

현재 도미술대전은 격변기에 있다. 지난해부터 미술대전이 어느 시점에 왔는지 확인해보자는 자문에서 이번 미술대전의 변화를 설명할 수 있었다.

작품들은 동시대성을 따라가는지, 수상 비율을 낮춰 질적 향상을 꾀하고, 미술과 서예부문을 분리해 효과적으로 작품을 선정했다고 자평했다.

이 밖에도 선정 작가들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도 해나갈 방침이다. 실제로 시상식이 있던 문예회관 제1전시실 바로 옆, 2전시실에서 지난해 대상을 받은 김현성 작가의 초대전 '결'이 열리고 있었다. 

김 작가와 '문화공간 양'의 김연주 기획자를 매칭 시켜 보다 나은 환경 속에서 작품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결과다.

"공모만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닌 시대에 맞춘 다양한 지원으로 성장하는 도미술대전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미술부문 심사총평
"동시대적 주제와 실험적 형식 추구"
김영호 미술 심사위원장

심사방식은 1차 2차로 나눠 실시했다. 1차 심사는 사전 토론 없이 비밀투표 방식으로 심사위원별 3인씩 추천받아 다득점을 얻은 4점을 우선 선정했다. 이들 4점을 대상으로 자유토론 방식을 거쳐 대상 1점과 우수상 2점을 선정했다.

심사기준은 '미술대전의 개혁 방향을 존중해 기존의 한국화, 서양화, 조각 등 특정 장르에 한정하지 않고 융합적 재료와 기법의 작품 경향도 적극 수렴한다' '전국공모 성격을 고려해 제주성의 특성을 개방성에 두고 동시대적 주제와 실험적 형식을 추구하는 작품을 수용한다'였다.

대상작 '휴먼'은 화면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실험적 방식으로 평면처리 후 포토몽타주 기법으로 이미지를 구성해 일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존재의 문제를 흥미롭게 제기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받았다.

조형성이 우수하나 출품작과 참고작품 사이에 주제의식과 형식의 일관성이 부족한 작품들은 아쉽게도 선정에서 제외했다. 


서예·문인화 부문 심사총평
"문인화 인구는 늘었으나 질적인 면에선 아쉬워"
이형준 서예·문인화 심사위원장

금년 여름은 유래 없이 무더운 혹서임에도 지난해보다 전체 출품수가 늘었다. 

그만큼 서예·문인화 인구가 늘었다는 추세이기도 하다. 

그러나 늘어난 출품수에 비해 질적인 면에서의 발전은 아쉬운 점이 많았다. 조금이라도 개성이 부각되는 색다른 시도가 눈에 띄지 않았고, 식상함을 느끼는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총 3차까지 진행한 심사에서 대상을 선정하는데 심사위원들의 고충이 있었다. 확실히 돋보이는 작품이 없어 공감대 형성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 중 대상으로 뽑힌 한글판 판문체 서예작품은 작가 나름대로 열심히 습작하고, 노력해 작품을 쓴 흔적이 돋보였다. 켈리그라피와 서각은 지금보다 앞으로 진전된 가능성을 내다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더위 속에서 이번 서예·문인화 대전을 준비한 집행부와 각 분야 출품자 여러분의 노고에 사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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