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익 ㈜식신 대표 / 논설위원

한국 경제는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전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일본의 경제 보복조치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돈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한국 정부는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의 대응으로 급기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인 지소미아(GSOMIA) 파기까지 선언했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은 일본의 경제보복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면 생산에 차질이 불가피하고 반도체 소재가 30% 부족할 경우, 한국의 GDP가 2.2% 감소하고 부족분이 45%가 넘을 경우 4.2%로 크게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반면 일본의 GDP는 0.04% 감소로 피해규모가 상대적으로 적다.

한국이 수출규제로 일본에 맞대응 한다면 한국은 GDP 3.1%, 일본은 1.8% 감소로 손실이 확대된다. 또한 한·일 경제전쟁이 확대될 경우 전자전기산업의 경우 한국 생산량이 20.6%, 일본 생산량이 15.5% 감소할 전망이다. 반면 중국은 2.1% 증가해서 양국의 경제전쟁은 결국 중국만 이롭게 하는 결과가 예상된다. 

세계은행의 2018년 기준 GDP(국내총생산) 순위에서 일본은 4조9700억 달러로 3위이고 한국은 1조6200억 달러로 12위다. 또 일본이 보유한 채권액은 2017년 기준 약 3조 달러인데 반해 한국은 약 1000억 달러다. 

ICT 산업과 경제 전반에 걸쳐 양적인 측면으로 비교해 보면 일본은 한국의 3~4배 이상의 내수시장과 인적 자원, 그리고 자금과 경제력을 가지고 있다. 일본은 한국과 대등하거나 그리 만만한 상대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IT 산업은 글로벌 밸류 체인을 형성하고 있다. 한국이 일본의 소재나 부품을 이용하여 반도체를 만들어 수출하고, 미국은 그 반도체를 활용해 IT 완제품을 중국 생산 공장에서 만들어 전세계에 판매한다. 

IT 산업의 핵심 부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의 한국산 점유율은 각각 72%와 52%에 달한다. 한국이 관련 부품을 제때 조달하지 못한다면 연간 22억대의 글로벌 IT기기 생산이 중단될 수 있다. 일본이 반도체 핵심 소재의 수출 규제와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한 것은 그동안 성숙돼온 글로벌 IT 공급망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국내 반도체 기업은 데이터센터 사업을 하는 구글, 아마존, MS, 페이스북, 오라클 등 글로벌 IT 업체의 주요 반도체 공급사다. 애플은 메모리와 OLED 패널을 한국에서 대부분 공급받고 있고, 중국 화웨이, 샤오미도 한국에서 반도체를 공급받는다. 일본의 소니, 파나소닉, 중국의 하이센스 등 15개 해외 업체들도 한국에서 OLED 패널을 공급받고 있다. 

정부는 현재 대한민국의 경제 상황을 냉정하게 살펴보고 한일 경제전쟁을 이성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최저임금상승, 법인세 인상, 주 52시간제 등을 너무 급격하게 시행하면서 국내 기업환경은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또한 혁신성장을 위해서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목소리 높였지만, 정작 규제 완화는 안되고 오히려 혁신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말뿐만이 아닌 실제 일본을 경제적으로 뛰어넘으려면, 장기적이고도 치밀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 중에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기업 환경이다.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투자환경을 조성하고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인들이 원하는 요구사항을 경청하고 수용해야 한다. 좋은 기업이 없이 국가 경제가 성장할 수 없다. 일본은 이미 한국의 4배에 달하는 양적 질적 경제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지금 감정적으로 경제전쟁을 한다면 그 피해는 한국이 더 클 것이다.

정부는 감정적인 대응보다는 국가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실리외교를 전개해야 한다. 또한 시간을 두고 모든 분야에서 철저하게 일본을 능가할 수 있도록 꾸준하게 준비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동안 수십년간 어렵게 쌓아온 대한민국의 미래가 흔들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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