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생 교육문화체육부국장

우리의 삶속에서 스포츠의 세계는 가끔씩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의 드라마를 보여준다. 마라톤 최고 기록 2시간 40분 47초. 전문 마라토너의 기록 같지만 장애를 둔 아들과 아버지가 세운 기록이다. 태어나면서 목에 탯줄이 감기는 바람에 뇌로 산소가 전달되지 않아 뇌성마비가 된 아들 릭 호이트와 아버지 딕 호이트의 이야기다. 아버지는 말을 할 수 없는 아들을 위해 특수 컴퓨터 장치를 설치해 기계를 통한 의사소통을 했다. 어느 날 아들은 의사소통용 컴퓨터를 통해 아버지와 함께 달리기 대회에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운동이라고는 가끔 하는 조깅 등이  전부였던 서른일곱의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달리기로 마음먹었다. "아빠 달리고 있을 때 저는 장애인이 아닌 것 같았어요" 첫 달리기 대회 후 아들이 아버지에게 건넨 말이다. 아버지는 첫 대회 출전 이후 지독한 후유증을 겪었지만 아들의 이 한마디에 계속 달리겠다고 자신을 얻었다. 달리고 싶다는 아들을 위해 휠체어를 타고 도로를 질주하기 시작한 아버지는 아들과 함께 보스톤 마라톤 등 수많은 마라톤 레이스에 참가했다. 끊임없는 도전을 통해 마침내 수영 3.9㎞, 자전거 180.2㎞, 마라톤 42.195㎞를 달리는 철인3종 경기를 완주하는 감동의 드라마 같은 레이스를 펼쳐 '철인'이라는 영광스러운 이름도 얻게 됐다.  

지난 18일 막을 내린 2019광주 세계 마스터즈 수영선수권대회에서도 진한 감동을 주는 드라마가 연출됐다. 13일 오후 광주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 주경기장에서는 조용하던 경기장이 한 순간 함성과 박수소리로 울려 퍼졌다. 여자 자유형 100m에 출전한 93살의 일본인 아마노 토시코 할머니가 출발 신호와 함께 힘차게 역영을 시작했다. 이 대회 85-90세급에 출전한 아마노 할머니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빠르지는 않았지만 자신만의 레이스로 4분28초06초의 결승 터치패트를 찍었다. 이를 지켜보던 관중들은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아마노 할머니의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한 아름다운 도전에 박수를 보냈다. 91세의 불가리아 테네프 탄초 할아버지는 이번 대회에 다이빙 3종목을 포함해 11개 종목에 출사표를 던져 최고의 노익장을 과시했다. 특히 1034명의 국내 참가선수 가운데 유일한 장애인인 자폐장애 1급 이동현이 자유형 100m에 참가해 1분4초50으로 조3위를 기록했다. 이동현은 경영 25-29세 그룹 자유형 100m, 접영 50m, 접영 100m 등 3개 종목에 출전했다. 이동현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기 후 "물속에서는 장애도 편견도 없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대회 총 참가자 4032명 가운데 장애인은 단 3명뿐이었다. 

오는 10월 4일부터 10일까지 일주일간 서울특별시 일원에서 치러지는 제100회 전국체전에서 제주도선수단이 '각본 없는 감동의 드라마'를 준비한다. 지난 26일 제100회 전국체육대회 참가신청을 마감한 결과, 전국 17개 시·도에서 47개 종목에 2만4988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제주도선수단도 본부임원 100명, 감독과 코치 106명, 선수 513명 등 총 719명을 파견한다. 도선수단은 부별로 고등부는 25개 종목 182명, 대학부는 12개 종목 84명, 일반부는 30개 종목 352명이 참가신청을 마쳤다. 도선수단은 지난해 제99회 전북익산체전에서 당초메달(80개)을 뛰어넘는 92개의 메달을 쏟아내며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국가대표상비군인 현세린을 앞세운 주니어 골프선수들이 전국체전 사상 첫 종목별 종합우승의 쾌거를 이뤄냈고 제주사대부고 배드민턴부도 16년 만에 결승 진출의 기염을 토했다. 특히 한국 여자역도의 간판스타 제주도청 김수경이 개인통산 49개의 메달을 기록해 올해 전국체전에서 '50' 고지를 반드시 넘어 또 하나의 제주 체육 역사를 다시 쓰겠다는 각오다. 물집이 수없이 잡혀 딱딱해진 그의 손바닥 보면서 자신과의 싸움을 펼치며 아름다운 도전에 나선 제주도선수단 513명의 선수들에게 감동의 드라마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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