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형 사회부 차장

낙인(烙印)은 쇠붙이로 만들어 불에 달구어 찍는 도장을 말한다. 목재나 기구, 가축 따위에 주로 찍고 예전에는 형벌로 죄인의 몸에 찍는 일도 있었다. 다시 씻기 어려운 불명예스럽고 욕된 판정이나 평판을 이르기도 한다. 낙인은 보편적인 현상으로 거의 모든 사회가 낙인찍기를 한다. 미국의 사회학자 어빙 고프먼은 낙인을 곱사등이 등 외적인 기형과 관련된 낙인, 범죄자 등 개인적 성품에서의 일탈 및 오점과 관련된 낙인, 특정한 국정·종교·인종 등과 관련한 부족 낙인 등으로 구분했다.

최근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정치적 행보를 놓고 도민사회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봉개동쓰레기매립장주민대책위원회가 음식물 쓰레기를 매립장으로 반입하는 것을 저지하면서 도민 사회가 음식물 쓰레기 대란을 걱정하는 상황에서 행사참석을 위해 서울 출장에 나서 논란을 키웠다. 봉개동쓰레기매립장주민대책위원회는 지난 20일 원희룡 지사와의 면담을 조건으로 음식물쓰레기 반입을 허용했다. 하지만 원 지사는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한반도평화경제포럼 창립 세미나에서 축사가 예정됐다는 이유 등으로 대책위와의 면담을 다음날인 지난 21일로 연기했다. 또 원 지사는 지난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야권통합과 혁신의 비전을 주제로 열린 대한민국 위기극복 대토론회에 참석하는 등 최근 원 지사의 '중앙행'이 잦아지고 있다. 원 지사가 정치적 행보를 넓히고, 중앙 정치권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은 제주 현안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도민들은 제2공항 건설로 인한 갈등 해소, 행정시장 직선을 위한 특별법 개정 등 제주 현안에 대해 중앙 정치권이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느끼고 있다.

민선 6기를 거치면서 상당수 도민들은 원희룡 지사에게 '서울 바라기 지사'란 '낙인'을 찍었던 것도 사실이다. 원희룡 지사는 지난해 치러진 6·13 지방선거에서 "중앙정치 바라보지 않겠습니다. 도민들께서 명령하시기 전까지는 '제주도민당'이 저의 당이고 원희룡 정치의 기반입니다"라고 읍소하면서 민선 7기 도지사 재선에 성공했다. 원 지사는 정치적 야망에 앞서 도민과 한 약속을 지켜야 서울만 바라보는 도지사란 낙인이 지워질 것이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